권력자의 일진놀이 - 누가 더 예뻐?
"조대리랑 이주임 와이프랑 누가 더 이쁘냐?"
사장님이 김주임에게 물었다.
사장님의 질문에 이주임 아내 분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김주임이 대답했다.
"이주임 님 와이프가 더 미인이시죠. 하하하하하"
사장님이 다시 김주임에게 물었다.
"다시 물어볼게. 조대리랑 이주임 와이프랑 누가 더 이뻐?"
김주임이 슬쩍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이주임 님 와이프가 확실히 더 미인입니다."
사장님이 고개를 젖혀가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물어봤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둘 중에 누가 더 이뻐?"
"조대리님은 안 이쁩니다."
사장님이 다시 물었다.
"마지막 기회야, 누가 더 예뻐? 조대리 안 이뻐?"
김주임이 소리치듯 대답했다.
"조대리님은 못생겼습니다!"
사장님이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 이 새끼,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마!"
그리곤 나에게 술을 따라줬다.
사장님이 저녁이나 먹자고 하셔서, 같이 야근하던 이주임이랑 셋이 저녁을 먹던 참이었다. 소주 하나를 시키면서 자연스레 술자리가 되었고, 사장님 부름에 이주임 와이프가 식당에 왔다.
술자리가 길어지고, 회사 근처 사장님 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채널 영업팀 이대리, 김주임, 김사원이 합류하였다. 이미 술에 취한 김사원은 작은 방에서 잠이 들고 거실에서 사장님, 이대리, 김주임, 이주임, 이주임의 와이프 분, 나 이렇게 여섯 명이서 술을 더 마셨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고, 김주임과 술자리는 처음이었다.
단연코 이주임 와이프가 더 예쁘다는 김주임의 대답은 내가 생각할 때 사실이었고, 그것이 최선의 대답이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것은 김주임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는 사장님이 따라준 술잔을 비우며 웃어넘겼다. 여기서 화를 내거나 정색을 하면 모든 사람이 불편해지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사회생활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주임 님 아내 분이 내게 다가왔다. "조대리님, 너무 미인이셔서 저 깜짝 놀랐어요. 경계를 했다니까요."
다정도 하셔라.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내내 놀란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이대리님이 살며시 와서 말했다. "나는 조대리가 더 이뻐!"
위로 감사합니다.
다음 날 회사에서 김주임이 내 자리에 찾아왔다. 김주임이 무릎을 꿇었다.
"대리님, 잘못했습니다. 어제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주임님, 우리 못생긴 사람끼리 한 잔 할래요? 못생긴 사람끼리 똘똘 뭉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