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소기업 사장 이야기
중소기업의 이직률은 어떻게 될까? 김사장은 문득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뒤져 2021년 기준 자료를 겨우 찾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를 활용한 대 중소기업 식별과 기업규모별 고용현황'보고서.
대기업 18.7%, 중소기업 23.0%
보고서를 다룬 뉴스에서는 그 격차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이직률이 김사장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지금 김사장의 회사는 '대탈출'이라고 표현이 될 만큼 직원들이 '우르르'퇴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만 벌써 3명이 그만뒀고 이 번 달 퇴사 예정자만 4명이다.
연간 퇴사가 더러 있기는 해도 요즘처럼 많은 직원이 그만둔 적은 없었다. 전 직원 연봉 동결이 선포되었던, 3월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퇴사 사유는 대부분 이직이었다. 아직 이삼십 대의 청년들이었기에 당연한 사유일 수 있겠다. 그들은 보다 좋은 처우를 약속해 주는 다른 중소기업으로 일터를 옮겼다.
김사장은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잡기 위해 노력을 했다.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최선의 연봉으로 회유도 하고, 지금까지 함께 일한 시절을 떠올리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잠시 어려워진 회사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김사장이 불철주야 뛰고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직원들의 줄지은 퇴사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김사장은 서운했고,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몇 푼 연봉을 더 준다고 다른 회사로 매몰차게 떠날 수 있는 것인가. 직원들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마음을 줬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게다가 몇몇은 회사의 거래업체로 이직하여 김사장 밥줄을 위협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바꿨다. '기대해라, 받은 만큼 돌려준다!'
김사장 회사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년 전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판매 흐름이 바뀌더니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수익이 없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재무제표는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센터 증축으로 빌린 대출이자도 목을 죄여왔다.
김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난 20년 간 영혼을 갈아 넣어 운영한 회사 아니던가.
김사장은 매출과 관리 중에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장이 어려울 때 영업팀을 닦달한다고 매출이 좋아질 리 없었다. 이 시기를 오히려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서 회사시스템부터 재정비하기로 하였다. 더 이상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기로 한 김사장은 챗GPT 공부를 했다. 김사장은 오래 일한 담당자가 아니라 바보가 와도 일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싶었다. 게다가 매크로로 업무 시간을 줄이면 여러 명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떤 직원은 김사장의 행보에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김사장이 만들려고 하는 시스템은 쓸모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했다. 김사장은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럴수록 의지는 더 확고해졌다. 조금만 더 하면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고, 실체를 보여주면 모든 직원이 김사장의 능력을 인정할 것이라고 믿었다. 김사장은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했다. 실무진들과의 직접 수많은 회의를 진행했고, 거의 모든 날의 밤을 새웠다. 새벽까지 일하는 모습을 담은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도 잊지 않았다.
드디어 김사장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이 시스템이면 그동안 실무자들이 반나절이 걸리던 일을 몇 초 안에 끝낼 수 있고, 수준 낮던 우리 회사 수익 계산을 99% 개선할 수 있다고 멋진 브리핑을 마쳤다.
그리고 한 달 뒤, 장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장팀장의 퇴사가 결정되고 일주일 뒤 느닷없이 조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장팀장은 12년을, 조팀장은 10년을 넘게 다닌 차장급 인사들이었다. 김사장은 그 뒤로 5개의 사직서를 더 보고 받았다.
직원들은 왜 김사장의 회사를 떠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