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하고픈, 예뻐지고픈 그 마음 안에 대체 무엇이 있을까.
임신 때를 제외하면 요즘 내 몸무게는 인생 최대를 찍고 있다. 이상적으로 말고 현실적으로 지금 이 정도만 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체중이 (이상적으로는 늘 48키로.ㅎㅎ), 한창 살이 쪘다고 빼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바로 그때의 몸무게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 정도만이라도 되면 좋겠다!’하고 아쉬워하는 상태가 그토록 빼고싶고 못마땅해하던 과거의 몸의 상태라는 사실이 말이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져 작년 가을, 올 초봄에 입었던 옷들을 꺼냈다. 청바지고 원피스고, 딱 맞았던 옷들이 겨우 들어가기는 하나 불룩한 뱃살에 핏은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볼품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흔히 말하는 ‘아가리(?!)다이어터’였다. 다이어트다운 다이어트는 제대로 하지는 않으면서 입으로 또 머리로 다이어트를 하며 산다. 시원~하게, 독하게 살을 빼지도 못한 채, 그렇다고 초콜릿 하나도 온전히 마음 편하게 먹지도 못하는 나. 짠! 하고 180도로 변신 한번 못한 채 끝끝내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을 놓지도 못하는 나.
다이어트의 끝은 어딜까.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n년 째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결혼할 때 즈음 잠깐, 친구들과 한번씩 내기를 했을 때 잠깐, 반짝 성공한 게 다이며 사실 제대로 성공했다, 라고 말할 경험은 거의 없다. 이십년 가까이 이러고 있으면 이제는 성공을 하거나 아님 마음을 내려놓고 타고난 몸뚱이대로 살거나 결판을 봐야할텐데, 마음은 놓아지지 않고 실행은 독하게 하지 않으니 여기서 내 스스로에게 자꾸만 불만족이 생기는 것 같다.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또 잘 먹는 나. 맛있고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을 때 살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온전히 먹는 즐거움을 오롯이 누린 적이 언제였을까, 성인이 되고서는 잘 없었던 것 같다. 하루에도 몇번을, 그리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할 이 먹는 일. 살아가는데 이렇게 중요하고도 필요한 이 먹는 행위를 나는 의식하지 못할 때도 많지만 사실 많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
결코 더 예뻐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키에 맞는 정상 체중으로 가고싶을 뿐이라며,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하는 거라며 스스로에게 되뇌이려하지만 (물론 그런 목적도 있긴 하지만) 실은 거울 볼 때마다, 옷을 입고 벗을 때마다 마주치는 내 몸뚱이가 싫어서, 미워서 살을 빼고 싶은 게 더 솔직한 마음이다. 껍데기가 뭐라고 나는 이리도 다이어트에 집착을 할까, 겉으로 봐서는 크게 비만도 아니고 살 좀 쪘다고 어디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리 살을 못 빼 안달인가. 왜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는 못 견뎌하나. 겉모습에 집착하는 내 자신에 자주 현타를 느낀다.
먹는 걸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싫어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까.
현재에 만족하는 것, 원하는 모습으로 노력해 바꾸는 것. 이 두가지 답안지 사이에서 다이어트를 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를 좋아해주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조금씩 조금씩 나를 더 아프게 만들어왔다.
세상이 말하는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살을 빼던가, 지금 몸에 만족하던가.
그 어느 쪽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겐 후자보다는 전자가 조금은 더 쉬워보여 계속, 계속 셀 수도 없을 실패를 하며 살았다. 명쾌하게도 세상은 두가지 답 중에 고르라고 한다.
'노력이 안되면 욕심을 버려라.'
그런데 그 중간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같은.
어쩌면 나도 세상의 화법으로 똑같이 나 스스로에게 말해왔는지도 모른다.
'어유, 세상에서 그나마 제일 맘대로 되는 게 자기 몸이라는데,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넌 진짜 의지박약이야.' 라고 말하면서. 또 남들이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나를 얼마나 그렇게 많이 판단했을까.
둘 중 어느 하나도 쉽지 않았기에, 이십년이 넘도록 성공하지도, 놓지도 못하며 살아온 것이다. 쉬웠다면
이미 어떤 결론이든 나있었을 것이다.
안다. 내가 의지박약이라는 걸, 그렇다고 욕심을 내려놓을 용기도 없다는 걸.
다 맞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적어도 오늘은 '너가 더 많이 뛰고 덜 먹어야지' 라는 말보다, '노력하기 싫으면 그냥 받아들여'라는 말보다 그동안 노력하는 것도, 스스로를 수용하는 것도 다 너무 어려워 얼마나 힘들었니,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잘 안되었던 그 시간들동안 정말 많이 마음이 고생했겠다고..말해주고 싶다. 통통하한 모습의 내게, 오늘은 더 채근하지 않고 그저 꼬옥 안아주고 싶다.
나의 다이어트는 여전히 계속 진행될지도 모른다. 아니, 계속 할 것 같다. 그치만 그 다이어트를 계속 하려는 그 마음 안에 뭐가 있는지 계속 봐줘야겠다. 왜 더 예뻐지고 싶은지, 예뻐지고 싶은 마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사실 내가 제일 원하는 건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물어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