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 시 -
펜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 등의 주름 하나하나
손 끝의 근육 하나하나
진실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어느 날은 그에게 꽃이 되었고
어느 날은 기쁨의 노랠 부르는 새였다.
또 어느 날은 눈물을 머금은 숲 속의 축축한 흙이었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어루만져주었더니
그 따사로움에 힘입어
꽃은 새싹을 트고
새는 알을 깼으며
흙은 생명을 품겠다며 가슴을 펴냈다.
손길은 스스로 타들어가는 고통을 모른 채
계속하여 그것을 어루만졌다.
어떤 날은 번뇌의 몸부림으로
붙잡고 꾸짖는 날도 있었다.
그들은 함께 울었다.
그렇게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향은 멀리 퍼져 나가고
갈망의 날갯짓은 거침이 없었다.
때로는 우는 누군가를 품어주기까지 하면서
생명은 그가 없이도
그의 피가 흐르듯
함께 존재했다.
어느 날 누군가
훔치기 위해 꺾었고
무심코 돌멩이를 던져 취하였다.
숨을 불어넣는 지난한 노력에 비해
숨을 멎게 하는 것은 참 짧고 쉬웠다.
그러나 죽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그것은 결코 재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한 줌 흙이었다.
그리운 그의 이름을 외치며
흰 종이 위에서 흙은
살아있듯 춤을 추었다.
- 살아지다[사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