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탁스17, 일포드 XP2 슈퍼 400

pentax17 두 번째 롤, 처음 경험하는 흑백필름

by 한달한롤

Pentax17의 두 번째 롤은 ILFORD XP2 SUPER 400 흑백 필름이다.

중학교 때부터 필름 사진을 취미로 했지만 흑백필름을 사용해 본 건 이번에 처음이다.

후지 x-t2도 흑백 모드가 좋다고 했던 카메라였고 시그마 dp2도 흑백이 정말 좋다고 하는 카메라였지만 흥미로 한두 번 촬영해 본 것을 제외하고는 흑백사진을 촬영하진 않았었다.

아마도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주지 않았다면 써보려고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은품에 흑백필름을 구성해 준 엘리카메라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초상권이 있는 사진을 제외하고는 스캔한 원본을 그대로 올린다.

카메라의 특성인지 필름의 특성인지 어두운 사진들이 꽤 있다. 보정을 하면 밝아지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필름 사진 보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펜탁스17은 하프카메라이기 때문에 장수가 꽤 많다.



카메라: 펜탁스17
필름: 일포드 XP2 400
현상소: 제주필름


첫 컷부터 초점이 나갔다. 펜탁스17은 목측식인데 두 번째 롤에도 초점을 맞추는 게 손에 익지 않는다. 테이블 위의 음식 사진을 찍은 것도 초점이 나갔다.

1미터 거리보다 먼 경우에는 AUTO에 두고 찍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플래시가 터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낮에 야외에서 1미터보다 먼 것을 찍는다면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AUTO에 두고 찍자.

국수는 성산에 있는 가시아방국수다. 참고로 여긴 비빔이 더 맛있다.



처음으로 대구에 출장을 다녀왔다. 8월에 대프리카로 출장을 간다고 해서 사실은 잔뜩 쫄았다.

항상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사람들은 대프리카라고 부르는 그곳은 얼마나 더운 곳일까?



굉장한 더위를 기대하며 대구 공항에 도착했지만 더위는 정말 잠깐 스쳐 지나갔다.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바로 출장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대구창의융합교육원에 강연을 위한 출장이었는데 강연이 끝난 후 감명 깊게 들었다며 싸인을 요청하는 교사분이 계셔서 엄청 당황했다. 제주도를 벗어나서 한 첫 강연이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의외였고 이런 기회가 또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강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회사를 통해 강연에 섭외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었지만 회사의 반대로 하지는 못했다. 그냥 회사에 보고하지 말고 할껄그랬나...



대구는 34도였다. 초점을 못 맞추면 이렇게 필름을 낭비하게 된다.

진짜 강연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다시 왔다. 시간이 좀 남긴 했지만 혼자 맛집을 가는 것도 이상하고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구 공항에 뭐가 있는지 어떤 식당이 있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제주에 사는 영향으로 비행기를 고속버스라고 느끼기 때문인지 비행기를 타면 항상 이륙하기 전에 잠든다.

이 때는 새 카메라와 첫 흑백 필름의 설렘으로 이륙하고 나서도 한동안 제정신으로 사진도 찍고 그랬다. 이 두장을 찍고는 바로 잠들었을 거다.



내 회사의 사무실은 제주 중산간에 있다. 바로 뒤가 제주국제대학교라서 주말에 출근하면 여기로 산책을 하러 간다. 사진을 보니 맑은 날씨는 아니었던 거 같다.

아내와 이 시간을 기록도 했었다. 하프카메라는 필름 장수가 많으니 이런 컷도 아깝지가 않다.

제주국제대학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학교다. 하지만 오래돼서 나무가 많고 벚꽃 피는 시즌이 되면 조용하면서도 예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대에 벚꽃 보러 많이 가지만 난 여기가 더 조용하니 좋다. 올해 2월이면 여기 사무실도 나오게 돼서 산책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벚꽃 시즌에는 산책하러 갈 생각이다.



주말에 루트330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내 회사는 디지털 교육을 하는 회사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DX/AX 교육을 한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전환 교육 같은 것인데 개발자를 거쳐 디지털 교육을 하다 보니 반대로 아날로그 한 필름 사진이 취미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교육을 하는데 촬영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필름 사진이 취미라고 하면 의외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필름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카메라도 좋아한다.



Route330에서의 마지막 사무실이다. 이제 여기는 나왔다.

21년 창업 때부터 루트330에 입주해서 3년 동안이나 있었다. 입주 기업들 중에 제일 오래 있었고 아마도 제일 많이 출근한 기업일 것이다. 작년에는 취업을 하는 바람에 사업으로는 실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올해 연장이 안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제자리지만 취업을 해서 안정감을 얻은 건 잘된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제주시에는 이재모피자가 있다. 부산에서 유명한 피자집이라고 하던데 분점은 제주도에만 있다고 한다.

피자가 특별하진 않은데 치즈가 맛있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피자라면 이게 특별한 건가...?

차가 길게 서 있기 때문에 웨이팅이 엄청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내 테이블이 엄청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10~20분 안에 입장한다. 일행에게 먼저 들어가서 대기하라고 하면 주차할 때쯤엔 입장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다 못 먹고 포장해 가지고 와서 냉동했다가 먹었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도 에프에 돌리니 맛이 괜찮았다.



어디 가면서 찍은 것 같은데 정말 특별한 일은 없는 날이었다보다. 시간을 찍은 걸 봐도 특정하게 기억에 나는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시간만 찍어놨네.... 날짜를 찍었어야지..!

텃밭에 잡초를 찍은 것 같은데 역광인 상황에서 흑백필름이라서 그런지 나온 게 없다.

우리 집 골목 끝에는 두 집이나 있는데 둘 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

한 집은 살던 이가 나간 게 7년은 넘은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사람이 새로 들어오진 않았고 김다미 주연의 영화를 찍는다고 미술팀이 와서 집을 고치긴 했었다. 덕분에 그 영화 배경에 우리 집이랑 이 골목이 간혹 나온다.

한 집은 치매 할머니가 사셨었는데 우리 부부를 볼 때마다 언제 이사 왔냐고 물어보셨었다. 돌아가셨는지 자식 집으로 가셨는지 몇 년 전부터 뵐 수가 없다.



아내는 사진 찍히는 걸 매우 싫어했었지만 나랑 결혼하면서는 피해봤자 이상하게 찍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포즈를 취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피하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안 이상하게 나오도록 타이밍을 잘 잡아 찍어야 한다.

원래 모자도 쓰지 않았었는데 흰머리가 생겼고 그 때문에 자주 염색하는 게 귀찮다며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도 있겠지만 돈 아까워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다. 생각해 보니 이 글을 쓰는 1월에도 아직 모자를 쓰고 다니고 있다. 조만간 미용실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자리에서 뭔가 설정을 바꿔서 찍은 것 같은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 장은 노출이 날아간 걸로 봐서는 한 개는 P모드였고 다른 하나는 야간모드였던 거 같다.

펜탁스17은 P&S 카메라라서 웬만해서는 노출이 날아가지 않는다.



동네 누님댁에 놀러 갔다. 동네에 사시니까 누님이라고 부르지만 사회 고위층 출신이셨고 하도리에 집을 지으신 후에 은퇴하셨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고 출간 이후에는 티브이와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셨다.

인생과 일을 충실하게 열심히 해낸 사람의 아름다운 은퇴 후의 삶이다.

이 분이 겪으셨을 일을 생각하면 얼마나 엄청난 일을 겪으셨을지 놀랍다.

첫 번째 사진의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우도다.



누님은 은퇴 후 그림을 그리신다. 바로 옆집에 작가님이 오신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은퇴 후의 삶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뭔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필름 카메라를 많이 모아서 필름 카메라 카페 같은 걸 해볼까나......(응. 아니야. 돌아가....)



세화에 있는 알이즈웰에 파스타 먹으러 간 날이다.

알이즈웰은 내가 먹어본 파스타 중에 제일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집이다. 친구라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유학하신 작가님도 이탈리아에서 먹는 파스타보다 맛있다고 하셨고 실제로도 단골이다.

원래 동복리에서 장사를 하다가 한동안 쉬었고 23년부터 세화리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데려갔던 사람들은 나중에 꼭 다시 재방문한 집이다. 믿고 가봐도 좋다.



두 번째 롤이라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었나 보다.

초점도 안 맞고 노출도 안 맞았다. 펜탁스17의 목측식 접사 기능이 쉽진 않다.

노출이 날아간 건 실내라서 야간 모드는 아니었던 것 같고 왠지 오토로 촬영해서 플래시가 터졌던 것 같다.



하늘을 보니 날씨가 좋았던 날이다.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고 밀가루를 줄이는 바람에 이때 이후로 못 가고 있는데 사진 보다 보니 슬슬 갈 때가 된 거 같다.



중간에 이 두장은 도대체 왜 이랬을까.....

한 장은 롤 감아두고 전원 안 끄고 넣다가 찍힌 것 같고 한 장은 파우치를 찍은 건가....?

도대체가 모르겠는데 사진을 볼 때마다 왜 이런지 너무 궁금하다.



이번에는 정말 일상의 사진들이다.

출근하면서 찍은 사진, 사무실 모습, 책상 위 모습을 찍었지만 초점이 나가서 뭘 찍은 건지 모르겠는 사진, 하늘이 예뻐서 찍은 창밖 풍경이다.

사무실 통창 밖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면 1분 정도 물 마시면서 멍하니 보고 있기 좋다.

이런 거 보면 제주에서 사는 재미는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AIDT 관련 출장을 다녀왔다.

다른 교육행사 어딘가에 낑겨서 했던 행사라서 보람은 없었지만 이런 행사의 참여 요청에는 다신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해 준 소중한 행사였다.



종로의 골목과 흑백사진은 예스러운 분위기가 나면서 참 잘 어울린다. 컬러로 담았다면 촌스럽고 정신없는 컬러로 가득 찼을 텐데 흑백으로 찍고 보니 이런 매력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흑백 필름을 살 것 같진 않다.


출장의 마지막은 서울역이었는데 이날은 비둘기가 역사 안에서 걸어서 활보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은 모두 피하고 외국인은 재밌게 구경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펜탁스17 두 번째 롤은 총 79장이 촬영되었다.

첫 롤 보다는 초점 나간 사진이 덜 있었던 것은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고 카메라 사용법에 대해서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각 모드를 다양하게 사용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어떤 사진이 어떤 모드를 통해 촬영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다. 영상이라도 찍어가면서 촬영을 해야 당시마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알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도 있어서 그게 좀 아쉽다.

그리고 72장을 찍는다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좋은 것 같은데 이벤트가 있는 날에 촬영한다면 빨리 스캔해보고 싶어 안달복달할 것 같다. 그래서 펜탁스17은 일상을 찍는 용도의 서브 카메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