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늘 떠 있지만,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
야간 순찰을 설명하라면 단점이 8할이지만 간혹 좋은 점도 있다. 잠이던 술이던 모두가 취해 떨어져나가면, 시계 초침이 더디게 가기 시작한다. 생각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 건지,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무거운 사색으로 떼운다.
술에 취해 고래고래 싸우는 사람들, 박스를 이고 진 노숙인들, 방황하는 청소년들.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 헤어짐이 아쉬운 연인들, 늦게까지 공부하다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고양이들과 가로등, 별. 캄캄한 밤을 제각기 헤쳐나가고 있는 모습들을 지켜본다. 뒤죽박죽 섞인 감정과 상황들로 가득한 밤 거리를 종종 되새김질해 본다.
2.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혼자 자는 게 익숙치 못한 탓이었을까, 한 동안 내 방 불은 꺼지지 않았다. 어둠은 가장 안전한 공간조차 불안정하게 만든다. 어린 나에게 캄캄한 밤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수련회의 담력훈련이나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도 싫어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을 덜덜 떨며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했다. 그랬던 내가 자발적으로 캄캄한 밤에 순찰차를 몰고 있다. 잠이던 술이던 모두가 취해 있는 어둠 속에서 운전대를 잡는다.
아직도 어둠이 무섭냐고 묻는다면,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섭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나약함이 두렵다. 다만, 이젠 어둠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조금 성숙해지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해본다.
3.
경찰로서 내가 겪은 사건 얘기를 무용담처럼 말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 좋아하지 않게 된 게 맞겠다. 한때는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떠뜰어됐던 때가 있으니까. 나이가 든 것인지 호르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 내가 경찰로서 경험한 모든 일들이 나의 성장기가 아니라, 타인의 고난에 대한 관찰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개개의 사건을 돌이켜보면, 각자의 어둠 속에 갇혀 두려움의 가시를 세우고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거나, 끝끝내 남에게 상처를 주고야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나도 그러했다. 동굴 속에서는 멀리 비치는 빛이 전부인 것 같아서일까.
처음 가졌던 내 방. 사실 어두운 건 방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 어둠 밖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 피하면 볼 수 없고, 마주하면 볼 수 있는 것들.
밤의 관찰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약해진 밤을 지키는 걸 넘어, 각자의 어둠에 갇혀 느슨해진 연대를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약함도 사회의 나약함도 어두워야 더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