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네이버 블로그에 바치는 진혼곡.

신고식

by 타고 남은 재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네이버 블로그가 잘 맞았다. 다른 곳을 써보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글을 일기장 대신으로 자주 쓰든, 지금처럼 어쩌다 한 번 쓰든 결국 꾸준하게 이용했던 곳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내가 직접 꾸밀 수 있는 블로그 스킨, 닉네임 앞에 표시되는 귀여운 아이콘, 현재는 사라졌지만 블로그에서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유료 기능은 어린 나의 취향을 저격했고, 일상이 곧 블로그나 다름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블로그를 자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성인이 되며 할 수 있는 게 늘어났지만 해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에 나름 바빴고, 또 피곤했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다른 것에 시간을 쓴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던 간격이 며칠에서 몇 주가 되고, 몇 주에서 몇 달이 되고, 몇 달에서 몇 년이 되길 반복하면서도 네이버 블로그를 떠나지는 않았다. 내 글이 아닌 남의 글을 읽는 것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해왔으니까.



그런 나날을 보내오다,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 블로그가 SNS에(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등) 비해 죽어가는 걸 느끼게 됐다. 나도 SNS에 적응하고 싶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닌지 자연스레 안 하게 되어 익숙한 네이버 블로그만 써왔다. 다시 네이버 블로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느낀 것은 네이버 블로그가 2021년 05월에 주최했던 오늘일기 챌린지부터였다. 2주간 챌린지에 참여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최대 16,000원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보상이 입소문을 탔는데 챌린지가 시작한 지 3일 만에 조기 종료되어 논란이 됐었다. 그게 노이즈 마케팅이 된 건지 챌린지를 통해 네이버 블로그는 다시 활기를 띄웠다.



이 글을 작성하며 내가 느껴온 것이 맞는지 궁금해서 관련 기사를 찾아봤는데 네이버 블로그의 챌린지 이후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었다. 역시 나는 (활동 여부를 떠나서도) 네이버 블로그에 진심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우쳤다. 이 정도면 내가 앞으로 할 얘기도 아주 잘못된 얘기는 아닐 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네이버에 검색할 것이다. 애당초에 '지식 검색 네이버' 아니었는가.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다시 활기차진 네이버 블로그는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블로그가 되었다고 느꼈다. 네이버 블로그가 챌린지로 재조명되기 전에도 검색할 때마다 정보 제공을 가장한 낚시글이 나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어진 지 이미 오래였는데 그 후로는 차라리 낚시글이 나았을 정도로 협찬 글이 범람했다.



후기를 대가로 협찬을 받는데 어떻게 솔직히 얘기할 수 있을까? 심지어 글의 노출이 잘되도록, 많이 되도록 전혀 관련 없는 단어(내돈내산 등)까지 포함하는 이들 덕분에 나 같은 사람들은 오염된 단어를 피하고자 연산자를 이용해 가며 검색해야 했고 그렇게 글을 골라보더라도 편향적인 글에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협찬 여부가 표시되는 글의 최하단을 제일 먼저 봐야 했다.



나도 네이버 블로그의 수익화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취미로 하던 블로그가 돈이 된다면 어느 누가 마다할까? 단지, 블로그를 하면서 이득이 되면 좋고, 아니면 마는 가벼운 마음가짐이었을 뿐이지. 그랬기에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수익 목적이 아닌 취미 목적의 블로거 모임을 찾아다녔는데 그런 모임은 없었다. 내가 총대 멜만큼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터라 그냥 포기하고 혼자만의 길을 걸었다. 검색하다 보게 되는 내 동류들도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모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적당한 보상은 동력이 되어 저조하던 네이버 블로그의 활성화를 일으켰기에 수익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중고나라에 필요한 걸 검색했을 때 검색어와 상관도 없는 게시글이 우르르 나와 원활한 검색에 지장을 주듯이 같은 이유로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되려 심해졌으니 그 피로함에 절이 싫은 중이 되어 네이버 블로그를 떠나보려 한다. 이렇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나의 미약한 회복탄력성이 엄한 곳에 기지를 발휘할 것 같아 생각을 글로 읊조려 보았다. 나의 결심이 더욱 굳세지길 바라며. 네이버 블로그를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