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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스 생각 Nov 10. 2024

‘갑’,’을’로 나는 정의 당할 것인가?

“난 갑이야!”, “전 을이옵니다.” 찐 당신은 누구세요!

작성일: 2024년11월7일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고, 이 성리학은 중국 유교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유교는 종교는 아니며 일종의 윤리학 & 정치학이라 할 수 있다. 유교적 사상을 행동 강령으로 잘 정리한 ‘삼강오륜’은 세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의 도리로 정리되어 있는데, 삼강은 다음과 같다. 

1)군위신강(君爲臣綱):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 

2)부위자강(父爲子綱):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 

3)부위부강(夫爲婦綱):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벼리’는 규제하여 총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각각 임금은 신하의, 아버지는 자식의, 지아비는 지어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나, 후대에 다음과 같이 그 의미가 변화되었다. 

1)군위신강(君爲臣綱) :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

2)부위자강(父爲子綱) : 자식은 부모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

3)부위부강(夫爲婦綱) :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

<<출처: 위치백과>>

주어가 바뀌어지고 본래의 긍정적 의미는 퇴색하고 책임만 요구되는 식으로 아주 제대로 비틀어졌다.


갑을 관계는 계약 당사자들의 계약관계를 의미하기 위해 사용한다. 계약관계라면 계약 당사자들간 그 계약에 의한 일을 함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 정하여 두는 약속을 말한다. 이런 사전적 의미는 실 사용환경에서는 사용자들에게 다음으로 인식된다. 

- ‘갑’이란, 지위가 높거나, 연장자이거나, 고객이거나, 원청업체라는 이미지

- ‘을’이란, 지위가 낮거나, 어리거나, 점원이거나, 하청업체라는 이미지

‘갑질’이란 용어로 기사 및 뉴스들을 자주 접하면서도, ‘을질’이란 용어로 뭔가가 있었을까? ‘을질’로는 ‘태업’의 형태가 있겠다 싶다. 직무태만과 같이 맡겨진 일을 불성실하게 건성으로 함으로 주변 동료나 상사 그리고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이다. ‘을질’ 행위가 우리 주변에 없단 애기가 아니고, ‘갑질’이란 행위가 우리가 더 쉽게,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누굴 만나던지,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열 확인을 한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무슨일을 하세요?”, “어디에서 근무하세요?”, “언제부터 하셨어요?”와 같이 길고 짧음을 무엇으로든 확인하려고 하며, 이렇게 자연스럽게 순서를 정하려 한다. 산업발전의 성장기였던 60~70년대 이런 질문들은 지연, 학연, 혈연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계의 접점을 찾는 것은 내 가장, 내 직장, 내 사업의 안정과 발전의 기회를 도모하고, 그 울타리 속에서 안정을 위해 필요한 활동으로 통용되었고, 누구도 문제적 인식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공고(鞏固)해졌다 하겠다. 그 시절 식당의 주인은 왠지 ‘을’이었고, 중식집 주방장도 ‘을’이었고, 가락시장 물건 옮겨주는 짐꾼아저씨도 ‘을’이었다. 


결국, 식당을 가서 밥을 먹거나, 재화를 구매하러 마트에 가거나 또는 매장에 옷을 사러 가서는 돈을 지급함으로서 그들의 재화/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나는 돈을 내기 때문에 ‘갑’이란 위치에 있다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네에 유일한 식당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장님이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식사 서비스를 거부한다면, 식당 사장님이 ‘갑’이 맞지 않나? 

내가 사는 동네에 여러 식당들이 있다고도 가정해 보자. 나의 행동이 정중하지 못해서 어느 식당을 가도 나는 거부된다면, 나는 ‘을’이 맞지 않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돈을 지불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나는 도저히 ‘갑’이 될 수 없다. 

그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을’일 수 있고, 재화 및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정중하게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할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상호 도움을 받고 주는 과정에서 단지 화폐, 재화, 서비스를 주고 받는 것 일뿐, 그것이 내가 상대방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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