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40층 회의실.
두꺼운 방음벽 너머로 도시의 소음은 가려져 있었고, 남겨진 건 은밀한 권력의 호흡뿐이었다.
윤세하는 어쩔 수 없이 회의 테이블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낯선 양복과 넥타이가 몸을 조였지만, 모두가 그를 ‘부회장’으로 대우했다. 각 부서장이 보고를 이어가는 동안, 그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류광호.
그룹 창립자의 동생이자, 현 회장의 오른팔. 동시에 차가운 권력욕으로 이름난 인물.
회의가 끝나자, 그는 천천히 걸어 나와 세하를 불렀다.
“잠깐, 따라와.”
회장실 옆 작은 응접실. 불빛은 어둡고, 담배 연기 냄새가 진동했다.
류광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서하를 뚫어보았다.
“윤세하 씨.”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아니, 지금은 ‘부회장님’이라고 불러야겠군.”
세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긴장된 손끝만 스스로 움켜쥐었다.
류광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자리지. 이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어.”
그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서하가 ‘진짜’가 아님을.
그러나 굳이 폭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험하듯, 그의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명심해라. 대역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는 재떨이에 담뱃불을 비벼 끄며 속삭였다.
“교체되는 순간, 네가 무엇을 잃을지 잘 알겠지?”
응접실을 나서는 순간, 서하는 무릎이 저릿하게 굳어버렸다.
몸은 자유로워 보였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목줄에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6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