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감시의 흔적

by 서강


밤공기는 낮보다 훨씬 무거웠다.

윤세하는 본능처럼 다시 세탁소로 향했다. 그곳만이 유일하게 ‘자신’으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같았다.


세탁소 문턱에 들어서자, 카운터 위에 놓인 작은 USB가 눈에 들어왔다. 흰 테이프 위에는 붉은 글씨로 짧게 적혀 있었다.

“거울을 보라.”


그는 손끝이 떨리며 USB를 집어 들었다.

구석의 낡은 모니터에 꽂자, 화면 속에 낯익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제, 이곳.


윤세하는 숨을 삼켰다.

모니터 속에는 자신과 류원이 셔츠를 교환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카메라 각도는 기묘했다. 세탁소 천장 구석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구도. 너무도 완벽했다. 마치 누군가 애초부터 그 순간만을 포착하려 준비한 듯했다.


영상은 그 짧은 교환 장면을 집요하게 반복 재생했다. 셔츠가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순간, 화면은 확대됐다. 손끝의 떨림, 교차된 시선, 거울 속 겹쳐진 얼굴들까지.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졌다.

검은 바탕 위로 흰 글씨가 떠올랐다.


“교체는 이미 진행 중이다.”


윤세하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 이미 계획한 거야.


그때, 세탁소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이고 묵직했다. 두세 명은 되는 듯한 그림자가 문 밖을 스쳤다.


윤세하는 급히 모니터 전원을 껐다.

불빛이 사라지자, 세탁소 안은 세탁기 돌아가는 둔탁한 소리만 남았다.


문 손잡이가 살짝 흔들렸다.

누군가 이곳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윤세하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심장 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두려움에 질려 있었지만, 동시에 낯선 결의를 머금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거울 속 나를 본 이상, 나는 선택당한 것이다.


→_→ 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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