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수상했다.
언제나 수상했다.
'보통은 이렇게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콩깍지에 씌여 그저 바꿀 수 없는 그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ADHD의 특성 중 하나였다. 늘 그것이었다. 정신의학과에 가서 진단을 받고, 의사와 상담 후 나는 무릎을 딱! 쳤다. 연애 때 부터 이해되지 않던 오직 몇 가지 그 부분들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구나!
남편은 예의 바르고 성실한 태도를 갖췄다. 그리고 실제로도 대부분(?) 그러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앞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태도이다. 일례로, 어른들의 연락에도 끝까지 답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중요한 정보가 오고가고 나면 마지막 인사가 없이 문자가 마무리되는 남편의 대화들을 보며 신기했다. 일상에서 보면 예의가 없는 사람도 아닌데 어째서 폰 연락만 서툴까? 일상이 집착이고, 예민으로 가득 찬 나로서는 의아스러운 일이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휴대폰을 편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나는 때때로 남편인 척 하고 마지막 인사로 어른들을 만족(?)시켜 드리곤 했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서 나는 그것이 흉이라고 생각친 않았고, 수상하고 의아스러운 모습 몇 가지가 이해되지 않으면 깔깔 웃곤 했다. 어쩌면 타인에게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나의 연락만큼은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절대 놓치지 않는 (네, 자랑 타임입니다.) 남편이었기에 그저 웃고 넘길 뿐 큰 문제라고 생각친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부분이 더 의아스러웠다. 나에게는 꼼꼼하게 연락하는 그가 다른 이들에게는 (심지어 중요한 대상일지라도) 종종 연락 마무리를 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왜지? 날 너무 사랑하나? 이런 착각 아닌 착각도 하곤 했다.
'지구의 중심은 나'
어쩌면 지구의 중심은 나라고 프로그램되어진 채 살아가는 것이 ADHD 일지도 모르겠다.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진 것 같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것 등이 의식의 흐름대로 몸을 이끌고 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의 경중과는 별개로 내가 생각한대로 (나도 모르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남편에게는 나와의 대화, 관계가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모든 관계보다 가장 흥미롭고 도파민이 넘치면서도 안정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몹시 집중을 잘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다른 관계들, 다른 대화들이 남편에게 도파민을 주지 못하면 관심 밖으로 분류되면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연락의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연락'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이 그랬다.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하며 짜내지 않으면 아이의 스케줄도, 중요한 약속도 종종 잊곤 했다. 그러나 너무 우려하진 않아도 된다. 다행히 나와의 일정이나 일은 대부분 잘 기억했다. 내가 그에게 가장 큰 도파민이기도 했지만 나는 예민증 아내라 나는 늘 불안함으로 무장해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약간의 집착과 함께 지속적으로 상기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명확하게 자주 상기시켜준다.
아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래서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예민하고 불안해서 일이 잘 마무리 되지 않거나 끝맺음이 시원찮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일이 빠르게 해결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프로그램해오던 터라 남편의 해당 특성은 하나의 정보로 인식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적용해보고 결론 내렸다. 도리어 극도로 예민한 부분이 의외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금도 불편한 점은 많다. 하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함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익숙하게 만들거나 해결할 방법을 명확히 결정해나가는 것. 그래서 살아가는 방식을 퍼즐 맞추듯 맞추어 가는 것. 그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의 궁극적 목표인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방법 아닐까? 비록, 그 퍼즐이 꼭 들어맞지 않더라도. 서로 방법을 찾아가며.
'인정하고, 인식하고, 명확한 방식을 찾아라.'
남편과 살아가며 얻은 삶의 방식이다. 당연히 화가 나고 탓하고 싶고 열 받는다. 화 내도 된다. 답답해해도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 나선 안된다. ADHD 성향이 주는 불편함 보다 ADHD 성향의 그가 내게 주는 사랑이 더 크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ADHD 성향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나는 나의 예민증과 불안함으로 완벽하지 않기에, 그리고 그는 ADHD의 특성으로, 그런 내가 주는 불편함 보다는 나와의 관계에서 얻는 도파민에 더 집중함으로. 나 또한 이해받고 있기에.
오늘도,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