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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션뷰 Nov 07. 2024

우리는 모두 생물이잖아(下)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는 길고 묵직했다. 수술 전과 마찬가지로 또 2주 넘게 입원 신세를 져야 했고, 엄마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고 퇴원을 했다.

엄마의 바로 옆자리에 50대 아주머니가 새로 입원했다. 신기하게도 그녀 곁에는 간병인이 없었다. 그녀가 침대에 누운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돌았다. 그녀가 자신 앞에 선 의사 선생님에게 꺼낸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선생님, 저 암이죠? 암 맞지요? 제발요. 저 암이어야만 해요. 선생님.”
우리 가족이 그토록 피하고 싶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그 존재를 그녀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어떤 사정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암 보험비를 받아야만 생계를 유지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지랖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암이어야만 하는 삶의 과거가 얼마나 순탄치 않았을지 상상해 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손에 들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녀에게 담담히 말한다.
”너무 걱정 마세요 환자분, 분명 암일 겁니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 멀리가 적어도 몇만리는 될 줄 알았는데, 바로 옆 2미터 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세상에 절대 악, 절대 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빠는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평생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 일로 가족 돌봄 제도를 사용해 길게 휴가를 내었다. 나와 누나는 늘 그랬듯이 맡은 일들을 해내야 했기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누나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여 결과가 나쁠까 두려워 차라리 시간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과, 이 불안을 떨쳐내고 싶어 결과를 서둘러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조용히 답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주가 지난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말에 아빠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달려갔다. 엄마는 여전히 병실에 누워있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아빠가 들은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마가 그토록 아팠던 이유가 복막암 때문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복막암은 희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위나 대장과 같은 장기를 타깃으로 하는 암이었으면 수술 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복부에 있는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장막에 암이 발생한 희귀 케이스라 파악이 어려웠던 것이다. 평생 남의 일으로 여겼던 암이라는 존재가 이제는 우리의 일이 되었고, 그 존재 앞에 덩그러니 선 우리 가족은 두려움에 떨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엄마에게 곧장 알리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엄마도 굳이 결과를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몇 기 암이니, 복막암 생존율이 몇 퍼센트니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저 대수술 후 지친 몸을 잘 회복하는 것, 깨끗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 잘 챙겨 먹는 것,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그리고 주위에서 떠들어대는 말들을 듣지 않고 무조건 치료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이 시기는 우리 가족에게 꽤나 길고 고된 시기였으나, 동시에 어느 때보다 똘똘 뭉친 시기였다. 평소였으면 왕복 10시간의 이동 시간은 나를 몹시 지치게 했겠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단단한 마음에 나는 지치지 않았다. 아무쪼록 세상 모든 가족들이 평안했으면 한다.




글을 마치기 전에, 오히려 내 마음을 보살피는 엄마의 메세지 하나를 남긴다.



가족이라 맘이쓰이고 속상하고하는감정 사람이니 당연드는거지만 나 때문에 더 신경쓸까봐 그게 난 더 속상하니 절대로 엄마라고 맘 약해지지말고 더 강해지고 더 건강해지는 계기가되길 그거 밖에 바랄게 없고 내 행복이다. 그러니 속상지도말고 크게 좋게생각하자 갑작스런일이라 모든게 이해가지만 우리는 모두 생물이잖아.  20대들었던 사람의존재 삶의 해답이랄까. 깨달음이 성경이다. 그 집회를 들으면서 다시태어난기분이였거든 여기서  그때의 환희같은 진리를 다시 듣고싶어 티비 유튭로 1강부터 8강까지 다시 듣고있는데 이렇게 마음이 기쁠수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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