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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5편] 면접평가, 80%가 놓치는 핵심 과정

by EO스쿨

"면접에서 정말 뛰어난 인재로 보였어요."

"네, 저도 찬성합니다."

"저도요. 이 정도면 진짜 잭팟 아닐까요?"



회의실에서 오간 이야기들이다. 마케팅 책임자 최종 면접이 끝난 직후였다. A스타트업은 3개월 동안 공들여 마케팅 리드를 찾았다. 드디어 그들이 원하던 '완벽한 인재'를 발견한 것 같았다.



화려한 이력이었다.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7년. 그가 진행한 캠페인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브랜드 인지도를 3배 높였고, 매출은 2배 늘었다. 거기에 MBA까지. 면접에서도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모든 면접관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채용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연봉도 기존 예산보다 20% 더 주기로 했다.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다들 좋다고 하니 뽑자"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3개월 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케팅팀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절반의 팀원이 퇴사를 준비 중이었고, 남은 이들도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져갔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결정적인 실수는 '면접 후 브리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었다. 마케팅팀은 이커머스 경험자를 원했고, 세일즈팀은 브랜딩 전문가를 기대했으며, 대표는 조직 관리 능력을 중요하게 봤다. 하지만 이런 기대의 차이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모두가 '좋아 보인다'는 첫인상에만 현혹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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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아마 채용을 해보셨다면 "어라? 면접 때 보던 모습과 너무 다른데?", "나는 A를 기대했는데 정작 이 사람은 왜 B를 하고 있지?" 등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빠른 채용'이라는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요.



이런 일이 생겼다면 크게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면접 전 오프닝 준비에서의 미흡함

2. 면접 단계에서 미흡함

3. 면접 후 브리핑 생략 혹은 미흡함



1번과 2번은 지난 시간에 설명드렸죠? 오늘은 3번, 면접 후 브리핑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30년 경력의 리더십 구루 한기용 멘토님의 인사이트를 가져온만큼, 읽어보시면 분명 앞서 언급한 A스타트업이 빠졌던 함정에 안 빠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망한기업.PNG



왜 면접만으로는 부족한가?

많은 스타트업이 면접 후 브리핑을 건너 뜁니다. 혹은 슬랙이나 잔디 같은 메신저로 "어떻게 생각해요?" 간단히 논의하는 등의 소홀히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해는 갑니다. 리더 포지션이면 워낙 바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봐왔으니 "사람 보는 눈"을 가졌다고 자부할 테니까요. 그러나 이런 발상은 두 가지 이유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무의식적인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소개팅 1시간으로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으신가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30분~1시간 남짧한 면접으로 그 사람의 30년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면접관은 이력서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죠.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어? 이 사람 이력이 너무 좋은데?"라며 첫인상에 현혹되는 것처럼.



예를 들어 개발팀장 영입 과정에서 대기업 출신의 유능한 개발자를 채용했지만,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문화 차이를 간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빠른 실행과 유연성이 필요한 스타트업 문화와 맞지 않아 팀 전체가 와해될 수도 있죠.



둘째, 면접관마다 관점이 다르다.


마케팅 매니저 채용의 예시를 볼까요?



- 마케팅팀: "우리 팀은 실무 인력이 부족해서 당장 SNS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세일즈팀: "리드 전환율이 너무 낮으니까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해."

- HR팀: "지금 마케팅팀 이직률이 높으니까 팀을 잘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CEO: "곧 시리즈 A 투자를 받아야 하니까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이는 각자의 업무 경험과 현재 당면한 과제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인데요.



제가 실제로 봤던 사례 중 하나로는 '매니저'라는 같은 직급에 대한 이해도 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출신 면접관은 "매니저면 당연히 실무를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대기업 출신 면접관은 "매니저는 실무보다 관리 역량이 중요해"라고 보기도 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다들 좋다고 하니 뽑자"고 결정하면 어떨까요?


분명 입사 한 달 뒤에


마케팅팀은 "SNS 콘텐츠를 잘 안 만든다"고 불만,

세일즈팀은 "리드 전환율이 더 떨어졌다"고 짜증,

HR팀은 "팀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고 걱정,

CEO는 "브랜딩 전략이 투자자들 입맛에 안 맞는다" 등...



Q.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진 상사들 속에서 신규 입사자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거라 보시나요?


shutterstock_1912616302.jpg 신규 입사자 속마음이 이렇지 않을까요?



면접 후 브리핑은 이렇게 하자

실제 브리핑 현장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어볼게요.



"저는 이 후보자에 대해 스트롱 노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을 물었을 때,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는 식의 피상적인 답변만 했습니다. ROI나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물었을 때도 명확한 답을 회피했고요. 우리는 지금 실질적인 매출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케터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저는 중립적입니다. 브랜딩 경험은 뛰어났습니다. 전 회사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3배 높인 캠페인을 성공시켰더군요.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퍼포먼스 마케팅인데, 이 부분은 부족해 보입니다."


"전 스트롱 예스입니다.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모두 경험이 있고, 특히 리더십 면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팀원들과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간다'는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줬거든요."



사실 면접 후 브리핑을 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의식적 편향을 피하고, 서로 기대치를 맞추는 것에 있는데요.



만약 어떻게 할지 막막하신 경우라면, 아래 '면접 후 브리핑' 순서를 따라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STEP 1. 포지션의 필요성 재확인

"현재 우리 회사는 브랜드 인지도는 어느 정도 쌓였지만, 실질적인 매출 전환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강점이 있으면서, 기존의 브랜드 가치도 잘 지켜낼 수 있는 마케팅 팀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STEP 2. 구체적인 평가 공유

HR팀: "리더십 면에서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전 회사에서 5명의 팀을 15명으로 키웠고, 퇴사율도 10%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레퍼런스 체크에서도 '팀 케어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고요."


STEP 3. 조직 적합성 논의

"우리는 매주 데이터를 보면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편인데, 후보자는 대기업 출신이라 이런 빠른 실행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그러나 면접에서 '스타트업 실행력을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구체적인 학습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STEP 4. 다른 후보자와 비교

"다른 후보자 C씨는 퍼포먼스 마케팅 실력은 뛰어나지만, 조직 관리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D씨는 리더십이 좋지만, 우리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STEP 5. 최종 결정을 위한 토론

"결론적으로 이 후보자는 브랜딩 역량은 뛰어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이 부족합니다. 입사 후 3개월 정도 집중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가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브리핑을 잘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모든 면접관이 "사전 오프닝"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하고, 지원자가 제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게 면접을 주관하며, 직급에 맞는 검증 포인트를 이해하고 있어야 "브리핑"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아래 여러분께서 채용 전 오프닝부터 면접까지 전체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순차적으로 칼럼을 첨부드리겠습니다. 꼭 읽어보시고 뛰어난 인재와 함께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채용 전체 프로세스 총정리


*채용 성공의 80%, 오프닝 준비의 모든 것


*주니어/시니어/매니저 직급 별 검증 Point


*채용 면접 질문? 이 글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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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망가뜨리는
귀차니즘에 빠지지 말자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쁜 업무 중에 한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가 이 과정을 대충 하거나 생략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는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채용"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 명의 잘못된 채용이 회사 전체를 무너뜨린 사례는 수도 없이 많고요.



면접 후 브리핑에 2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잘못된 채용으로 6개월을 낭비하는 것.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을 하실 건가요?



완벽한 채용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회사를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다. 그 방법이 바로 '면접 후 브리핑'입니다. 그래서 브리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지금까지 면접후 브리핑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오늘 글이 도움이 되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혹여 궁금한 점 있으시면 아래 댓글에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구루들의 인사이트를 빌려서, 스타트업이 유니콘까지 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담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체 어떤 사람을 뽑아야할지 모르겠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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