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은"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사람이다. 특히 첫 10명 채용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한다." 말합니다.
과장이라 느껴지실 수 있지만 실제로 카우치, 토스, 당근마켓 등 국내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들도 인재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이에 동의하기에 지금까지 발행하는 채용 시리즈를 읽고 계시겠죠?
잠깐 [채용 시리즈]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인재 밀도를 높여야 한다. 인재란 매 순간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2. 채용 전 오프닝, 즉, 사전 준비가 채용 성공의 핵심이다
3. 직급별로 검증할 포인트가 다름을 이해하고 면접을 주관해야 한다
4. 면접 후 브리핑으로 기대치와 기준을 맞추는 과정을 거친다
오프닝 준비, 면접, 그 후 브리핑까지 완료했다면? 마지막으로 레퍼런스 체크가 남았습니다. 그럼 정말 저희와 함께할 인재를 모셔올 준비가 끝난 것이죠. 거두절미하고 한기용 멘토님 인사이트를 빌려 레퍼런스 체크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레퍼런스 체크,
대부분이 하는 오해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레퍼런스체크 때 하시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레퍼런스 체크를 '뽑아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OO님은 어떤 점이 특별히 뛰어났나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특별히 잘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등등 장점과 강점 위주로 질문을 하곤 합니다.
이런 질문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게 레퍼런스 체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레퍼런스 체크의 진짜 목적은 "이 사람을 절대 뽑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에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리더십 시리즈에서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 있죠?
"잘못된 채용 한 번으로 팀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
'
사람 한 명 잘못 채용해서 팀의 사기가 떨어지고, 핵심 인재들이 떠나고, 회사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는 이런 사람을 필터링하는 일종의 장치로 활용하셔야 합니다.
그럼 어떤 사람을
필터링해야 할까요?
크게 2가지 유형의 지원자를 거르셔야 합니다. 쉽게 사례로 설명드려 볼게요.
A회사는 한 달 전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를 영입했습니다. 구글 경력에 스탠퍼드 박사 출신. 면접에서도 기술 질문에 완벽하게 답했죠. 모든 면접관이 "이런 인재는 잡아야 한다"며 찬성했습니다.
레퍼런스 체크도 했습니다. 그의 전 동료에게 기술적인 역량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던졌고, 결론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분이에요"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입사 6개월 만에 팀에 열정 넘치던 인재들이 대부분 떠났습니다.
신입 개발자의 질문에 "그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고, 다른 개발자의 의견은 무시했습니다. "내가 구글 출신인데 네가 뭘 안다고?"라는 태도였죠. 심지어 코드 리뷰 시간에는 주니어 개발자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곤 했습니다. 결국 핵심 개발자들이 줄지어 퇴사했고,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운영에 큰 차질이 생겨 엄청난 손해를 보았습니다.
한 회사는 유명 스타트업 출신의 마케팅 매니저를 채용했습니다. 이 지원자는 면접에서 "전 회사에서 3개월 만에 MAU를 200% 성장시켰다"며 화려한 성과를 제시했고, 포트폴리오에도 인상적인 지표들이 가득했습니다.
레퍼런스 체크도 진행했는데, 전 직장 상사가 "열심히 일하는 분이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더 구체적인 성과를 물어보려 했지만, "보안상 자세한 얘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죠.
입사 후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그가 주장한 MAU 200% 성장은 실제로는 계절적 요인과 회사의 대규모 프로모션 덕분이었고, 그의 개인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고하는 문제를 보였습니다.
결국 6개월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전 회사들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단기 근무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채용과 교육에 들인 비용과 시간이 모두 허비되었죠.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명의 잘못된 채용이 전체 조직을 망가뜨린다는 뜻이죠. "협업을 어렵게 하는 독불장군형", "성과를 부풀리는 과대포장형", 이런 지원자를 거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이런 '미꾸라지'를 걸러내는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이렇게 하자
사실 레퍼런스 체크에서 저런 지원자를 거르려면, 상대에게 다소 부담되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장점이나 강점보다는 실제로 협업할 때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단점과 약점까지도 말해달라 요청해야 하니까요.
잠깐 소개팅을 생각해 볼까요? 첫 만남에서 "전 애인이랑 왜 헤어졌어요?", "연봉이 얼마예요?"라고 질문을 탁 받으면 어떨 것 같나요? 여러분도 아마 그 상대를 경계하고 대충 둘러대지 않을까요?
레퍼런스 체크도 마찬가집니다. "이 사람 단점이 뭐예요?", "왜 퇴사했나요?", "이 사람 성격은 어떤가요?" 이런 직접적인 질문을 처음부터 던지면, 여러분이 원하는 답변을 얻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상대는 아직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는 잔뜩 움츠러들 것이고, 당연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상대가 편안하게 답할 수 있게 질문을 이어가는 게 정말 중요한데요. 아래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니, 레퍼런스체크 예정이라면 한 번 적용해보셨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ABC스타트업의 김대표입니다. 저희는 20명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인데요, 현재 매달 유저가 30% 이상 성장하는 상황입니다."
"홍길동 님과는 어떤 관계로 일하셨나요? 직속 상사셨나요, 동료셨나요? 얼마나 오래 함께 일하셨나요?"
"저희가 이번에 홍길동 님을 CTO로 모시려고 하는데요. 현재 10명의 개발자가 있고, 대부분이 1-3년 차 주니어입니다. 이분들을 잘 성장시켜 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홍길동 님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시려면, 제가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서포트해 드리면 좋을까요?"
여기서 핵심은 4번, 검증할 포인트를 직접적으로 묻는 게 아닌 "어떻게 서포트해 드리면 좋을까요?" 부분을 주목해보셨으면 합니다. 이런 방식의 질문은 상대가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인데요.
위의 예시로 다시 돌아가서 저런 질문을 던지면 아래와 같은 답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음... 그 부분은 좀 걱정되네요. 홍길동 님은 코딩 실력은 뛰어나신데, 주니어들을 가르치시는 건 많이 어려워하셨거든요. 특히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참지 못하시는 편이에요..."
이를 통해서 "이 지원자는 역량을 뛰어나지만, 리더십은 보완이 필요하구나"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레퍼런스 체크는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입니다. 직접적인 질문이 아닌,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결국 채용은 회사의 운명을 걸어야 할 만큼 중요한 결정입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이, 레퍼런스 체크도 꼼꼼히 해야 합니다. 그 본질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질문을 던져서, 앞서 언급한 2가지 포인트를 검증하셔야 하죠.
레퍼런스 체크 관련해서 추가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에 유니콘 기업까지 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구루들의 인사이트를 빌려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용과 인재 관리로 머리가 아프시다면, 아래 칼럼을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1. 채용 전략 큰 틀에서 세우기
2. 채용 성공의 80%, 오프닝 준비 방법
3. 주니어/시니어/매니저 직급별 검증포인트
4. 면접 시, 올바르게 질문 던지는 법
5. 면접 후 브리핑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