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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7편] 온보딩, 채용했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by EO스쿨

"연봉 8,000만 원에 스톡옵션까지 줬는데, 3개월 만에 퇴사하겠대요."

"네? 왜요?"

"적응하기 힘들다네요. 회사 문화가 자신과 안 맞는다고..."



실리콘밸리에서 경력 10년의 개발자를 모셔온 A스타트업 대표의 한숨 소리가 무거웠다. 6개월을 공들여 스카우트한 인재였다. 하지만 그는 수습기간도 못 채우고 떠나겠다고 했다.



B스타트업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업계 최고 대우로 대기업 출신 CTO를 영입했지만, 그는 대기업 문화만 고집했다. "3개월 기획, 3개월 개발, 2개월 테스트"라는 워터폴 방식을 고집하다 6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퇴사했고, 회사는 3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나타났다. "CTO도 3개월 만에 떠난 회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좋은 개발자들의 지원이 뚝 끊겼다. 인재 밀도가 낮아졌고,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하나둘 퇴사했다. 결국 제품 개발 일정은 6개월 이상 지연되었고,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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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입사자의 33%가 90일 내 퇴사를 결심한다 하는데요. 무려 3명 중 1명이 수습 기간에 퇴사한다는 뜻인데요.



이 수치도 충격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직 사유입니다. 연봉이나 업무 강도가 아닌 "부적응"이 1위를 차지했거든요.



우리는 지금까지 총 6편에 걸쳐 채용을 잘하는 법을 다루었습니다. 채용 전 인재를 모으는 법, 채용 전 오프닝 준비, 채용 면접의 기술과 브리핑까지.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그토록 찾던 인재를 모셔왔는데... 부적응으로 퇴사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만큼은 그런 불상사를 마주치지 않도록, '90일 온보딩'에 대해 글을 써보았습니다. 30년 경력 리더 한기용 멘토님의 인사이트를 담은 만큼, 차분히 읽고 여러분의 회사에도 적용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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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보딩 = '90일간의 전략'

많은 기업들이 '온보딩'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단순 "신입 교육"이나 "회사 소개"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데요.


그러나 이는 큰 착각입니다. 신입사원을 교육하고, 회사를 소개하는 등은 온보딩의 일부일 뿐 본질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온보딩이란 90일의 수습기간 동안 신규 입사자가 '성취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전략적 프로세스입니다. 여기서 성취의 경험에 집중해서 글을 읽어주세요.



이 과정에서 회사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1. 신규 입사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2. 면접에서 걸러내지 못한 부적합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



먼저 1번, 우리가 채용 단계에서 지원자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냈으면 좋겠는지, 또한 직급별로 검증할 포인트를 정했었죠? 지원자가 이를 최대 역량으로 발휘할 수 있게 90일간의 지원 및 환경 구축한다는 뜻입니다.



그다음 2번, 위와 같이 업무 지원 및 환경을 구축했음에도 기대하는 면모가 보이지 않을 경우, 혹은 면접에서 미처 보지 못한 독불장군형/과대포장형 성향이 보일 때 이들을 빠르게 색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드시 필터링해야 할 사람이 궁금하시다면?


[온보딩 예시]

STEP 1. 입사 전과 첫날 (D-7 ~ D-Day)

A스타트업은 입사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첫날 출근했을 때 모니터 두 대, 최신형 맥북, 허먼밀러 의자가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책상에는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회사 굿즈가 놓여있었고, 모든 업무용 계정이 이미 발급되어 있었다.


STEP 2. 첫 30일 - 적응과 첫 성취

신입 마케터에게 첫 과제로 인스타그램 광고 한 건을 맡겼다. 예산은 50만 원으로 작았지만, 광고 기획부터 집행, 성과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하게 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정기 미팅에서는 "이번 주에 배운 점", "어려웠던 점", "다음 주 계획" 등을 공유했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독립적으로 광고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STEP 3. 30-90일 - 실전과 평가

60일 차 평가는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진행됐다.


"팀워크" 항목에서는 "지난 프로젝트에서 디자인팀의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3번의 수정 끝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성장 속도" 항목에서는 "입사 초기에는 기획서 작성에 일주일이 걸렸으나, 현재는 2일 안에 완성도 높은 기획서를 작성한다"처럼 구체적인 지표로 평가했다.


90일 차 최종 평가에서도 이런 구체성을 유지했다.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경우에도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했다. "프로젝트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3번 있었고, 피드백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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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시를 보시고 대략 이해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결국 핵심은 신입이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돕고, 회사가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움(피드백, 교육, 평가 등) 주는 전략을 짜는 것인데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명쾌한 답을 원하시겠지만, 채용하는 포지션이나 요구하는 역량이 워낙 다양해서 일률적인 방법을 제시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이해를 좀 더 돕기 위해서 직급별 온보딩 과정을 예시로 설명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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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성장 가능성 검증이 핵심

저희가 채용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주니어는 실무 능력이 안 중요합니다. 3개월이면 따라잡을 수 있는 실무 능력보다,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자질과 태도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라 말씀드렸죠?



(실무 능력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성장 마인드셋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



그래서 핵심은 처음부터 큰 문제 해결력 혹은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그들이 단계 별로 성취 경험을 할 수 있게, 업무를 잘게 쪼개서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시로 살펴볼까요?



[주니어 마케터 포지션 온보딩 사례]


첫째 주, 마케터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의 중고거래 앱 마케팅 전략을 분석했다. "각 플랫폼의 인스타그램 채널 톤 앤 매너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콘텐츠가 가장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기록했는지" 등을 리포트로 정리했다.


둘째 주, 이 분석을 바탕으로 자사 인스타그램 채널 전략을 수립했다. "중고거래 초보자를 위한 꿀팁 시리즈"를 메인 콘텐츠로 제안했고, 주 3회 피드 업로드와 매일 2개의 스토리 업로드를 계획했다.


셋째 주, 실전이다. "중고거래 사기 피하는 3가지 방법", "포장만 뜯어본 제품, 몇 % 할인하는 게 적당할까?", "직거래 시 이것만은 꼭 체크하세요" 등 실용적인 콘텐츠 3개를 제작했다.


마지막 주는 성과 분석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중고거래 사기 피하는 법" 콘텐츠는 좋아요 2,000개를 기록했고, 평균 대비 2배 높은 저장 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안전한 거래"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이렇게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쪼개서 단계 별로 제시하면 크게 2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주니어는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로 실제 좋아요 100개를 받았다"와 같은 성취감은 큰 동기부여가 되겠죠?


둘째, 회사는 그의 성장 속도와 태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성장하는 인재 2가지 특징


shutterstock_2426294139.jpg A급 플레이어는 B급, C급 플레이어와 일하기 원치 않는다



시니어: 적응력과 실행력 검증이 관건

시니어의 온보딩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컨설팅하듯 일하는 게 아닌 직접 문제 해결에 뛰어드려는 태도",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고집하지 않는지" 검증하는 것인데요. 아무리 뛰어난 경력자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제시하고, 시니어에게 주도권을 주는(대신 서포트를 해주는) 방식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예시로 살펴볼까요?



[시니어 PM 온보딩 예시]


D스타트업은 첫날부터 회사의 Mission, Vision, Core Value(MVC)를 명확히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당신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상세히 설명했죠.



이어서 실제 문제 해결 기회를 줬습니다.



첫 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가장 시급한 문제를 파악

둘째 주: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팀원들과 논의

3-4주 차: 실제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주도권을 완전히 넘김



(*주도권을 넘긴다는 게 "알아서 하세요"라고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매주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회사의 방향성과 맞는지 확인해야겠죠?)



*잘못 채용한 시니어 한 명이, 회사를 망가뜨리는 과정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첫째. 성공적인 온보딩은 단순히 신입 사원 교육이나 회사 소개에 그치지 않는 전략적인 90일 프로세스입니다.


둘째, 주니어의 경우에는 업무를 단계별로 작게 나누어 성취 경험을 쌓게 한다. 그 과정에서 성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시니어의 경우에는 회사의 MVC(Mission, Vision, Core Value)를 명확히 전달하고 실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준다. 이때 적절한 서포트와 점검을 통해 적응력과 실행력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늘 글은 어떠셨나요? 큰 틀에서 온보딩 관련해서 설명을 드렸는데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여 온보딩 관련해서 궁금한 점 있으시다면 아래 댓글로 질문 주셔도 좋습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갈 수 있게, 필요한 모든 지식을 구루들의 인사이트를 빌려 담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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