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스쿨 - 스타트업이 유니콘에 가기까지
"6개월 만에 퇴사했습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시니어 개발자를 모셔왔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연봉은 이전 직장보다 30% 높게 줬지만 그는 스타트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주 회의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실제로 손을 더럽히진 않으면서요. 결국 다른 팀원들이 하나둘 지쳐갔죠. 새로운 기능 개발은 뒤로 밀리고, 팀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어요. 채용할 때 이런 걸 어떻게 알았겠냐마는... 정말 후회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기업 출신 매니저를 영입했다가 큰 홍역을 치른 것이다. 그는 입사 직후부터 "우리가 하던 방식은 다 틀렸다"며 전 직장의 프로세스를 이식하려 했고, 그 결과 기존 직원 절반이 회사를 떠났다.
주니어 채용에서도 비슷한 실수가 반복된다. "깃허브에 코드 한 줄 없는데, 면접장에서 알고리즘은 술술 풀더라고요"라며 채용했던 신입 개발자는 입사 2주 만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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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회사는 어떤가요? 채용 실패로 팀이 곤혹에 빠졌거나, 뼈아픈 비용과 시간을 날리는 등의 이슈로 곤혹을 치르지는 않으셨나요?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린 오프닝 준비를 제대로 했음에도 이런 실패를 겪었다면, '직급별로 검증해야 할 포인트가 다르다'는 핵심을 간과한 채 면접을 진행했을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주니어는 당장의 실력만 보고, 시니어는 이전 직장 명성만 보고, 매니저는 포트폴리오를 위주로 채용합니다. 심지어 시니어나 매니저는 실무 역량 검증을 간소화한 채 채용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이해는 갑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항상 업무가 많죠. (일에 깔려 죽겠다는 우스갯 소리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주니어 면접 시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지" 위주로 검증하려 하고, 시니어나 매니저는 이력과 레퍼런스 체크에 의존해 뾰족한 검증을 건너뛰고 채용하고 봅니다. 혹은 아예 직급 별로 검증할 포인트를 모른 채로 일단 면접 때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강하게 말씀드리면 이는 회사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입니다.
한 명의 잘못 뽑은 팀원이 팀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A급 인재는 A급과 일하기 바란다. 그들은 태도와 역량이 낮은 인원과 함께 하기 원하지 않죠.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리 듯, 잘못 채용한 인원 하나가 A급 인재를 모두 떠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회사가 1년 이상 성장 정체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면접 한 번 잘못 본 걸로 이런 상황이 오면 얼마나 억울한가요?
여러분 만큼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주니어, 시니어, 매니저 3개 직급에서 어떤 사람을 데려와야 할지, 이를 위해서 면접 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작성해보았습니다. 아래 30년 경력의 개발자 출신 리더인 한기용 멘토님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니, 꼼꼼히 읽어보고 적용해보셨으면 합니다.^^
*글을 읽기 전에
오프닝 준비가 채용의 80%입니다. 이 칼럼을 안 보셨다면, 먼저 해당 내용부터 숙지 해주세요
주니어 채용면접,
실무 투입 가능성부터 검증하시죠?
주니어 채용에서 당장의 실무 역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는 3개월만 지나도 평균으로 수렴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볼까요?
영상편집자: 입사 초기에는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8시간이 걸리던 신입이 3개월만 지나면 팀의 평균인 4시간 정도로 수렴한다. 회사의 영상 템플릿을 익히고, 자주 사용하는 효과들을 숙지하며, 기본적인 워크플로우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마케터: 처음에는 광고 카피 하나를 쓰는데도 하루가 걸리고 성과 지표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 회사의 톤앤매너를 이해하고 주력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평균 수준에 도달한다.
이 말을 대변해주는 실리콘밸리의 한 면접관의 말이 있는데요.
"신입 개발자의 코딩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3개월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얼마나 빨리 배우고, 얼마나 열심히 성장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입니다. 1인분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냐, 그 너머를 바라보며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냐에 따라 회사에서 내는 성과는 2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실무자로서 2년 이상 활동해오셨거나, 실무 기간을 걸쳐 리더 포지션에 오르신 분이라면, 위의 말에 크게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당장 실력이 없더라도 끊임 없이 학습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사람은, 금방 기본기를 익히고 2인분, 3인분의 몫을 척척 해낼 역량을 갖춥니다. (아마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겠죠?)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인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이 많아질 수록 그 조직의 성장을 가속화 되죠.
따라서 주니어 면접에서는 "성장 가능성", "학습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당장 실무에 투입 가능한 경험을 갖췄는지 위주로 검증하고 싶겠지만, 그 이전에 "성장 가능한 인재"인지 보셔야 합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 "5년 후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 "최근 6개월 동안 새로 배운 기술은 무엇인가요? 어떤 과정으로 학습하셨나요?"
- "지난 1년 사이 기존의 믿음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으신가요?"
-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 "업무 시간 외에 자기계발은 어떻게 하시나요?"
*성장 가능한 인재 2가지 조건 - 주니어 대상 면접 전 반드시 읽어보기
시니어 채용?
경험에서 3가지를 판단하라
시니어를 채용할 때 많은 회사들이 '대기업 출신' 등 네임벨류를 보곤 합니다. 대표님들과 얘기하면 대기업의 체계를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구글의 인사 책임자 라즐로 복은 "우리는 더 이상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는다. 실제로 그 사람이 만들어낸 임팩트와 협업 방식을 본다." 말한 바 있다. 이 말처럼 시니어는 그 배경이 아니라 우리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재생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게 핵심입니다.
시니어 검증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임팩트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좋은 시니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비즈니스 목표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른 팀과 의견이 충돌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갈등 해결 능력을 검증해야 합니다. 경력이 오래 되었는데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없다면 이는 레드플래그일 수 있습니다.
많은 시니어들이 '컨설턴트'처럼 행동하려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실무는 안 하고 방향성 제시와 조언만 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이죠.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지만 이럴 경우 실무자와 심각한 갈등 상태에 놓여 A급 인재의 줄퇴사를 부를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해볼 수 있겠죠.
- "최근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해결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 일에 대한 태도
- "주니어 개발자와 페어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 협업 방식과 리더십
- "기술 부채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셨나요?" - 비즈니스 임팩트 검증 질문
마지막으로 반드시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 "우리 회사는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하실 건가요?" 만약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식의 답변이 나온다면, 조직 문화와의 부적합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니어 잘못 채용해서 회사가 망할 뻔한 사례
매니저 채용?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
매니저 채용에서 많은 회사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개인 실적'만 들여다본다는 겁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영진이 말했듯이, "우리는 관리자가 아닌 코치를 찾는다." 좋은 매니저는 팀원들의 성장을 돕고, 갈등을 해결하며, 팀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말 그대로 팀빌딩 능력을 검증해야 합니다.
매니저 검증을 위한 핵심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저성과자를 어떻게 육성하셨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세요."
- "팀원 간 의견 충돌이 있었을 때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은 무엇이고, 왜 그런 스타일을 선택하셨나요?"
- "팀의 비전을 어떻게 전달하고 공유하시나요?"
이때 일반 시니어 채용과 다른 점은, 매니저 채용은 "레퍼런스 체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VC인 마크 안드레센은 "매니저 채용의 80%는 레퍼런스 체크에서 판가름 난다." 말한 바 있는데요.
아무래도 매니저 직급은 리더십을 주요하게 발휘해야 하기에, 이전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진정한 리더십을 확인하는 레퍼런스 체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레퍼런스 체크 칼럼은 추후 다룰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면접에서 검증해야 할 핵심 포인트들을 직급별로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니어: 당장의 실무 역량보다 '성장 가능성'과 '학습 능력'을 봐야 한다. 실무 능력은 3개월이면 평균으로 수렴하지만, 그 이후의 성장 곡선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시니어: '비즈니스 임팩트', '협업 방식', '일에 대한 태도' 세 가지를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매니저: 개인 실적이 아닌 '팀빌딩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레퍼런스 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 시간에는 각 직급별로 실제 면접장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그리고 답변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오늘 다룬 검증 포인트와 다음 시간에 다룰 질문 기법만 제대로 실천해도, 잘못된 채용으로 회사가 흔들리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글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이 유니콘까지 가는데 겪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루들의 인사이트를 토대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타트업이 마주할 문제들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