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의 성장일기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그 힘듦만큼 성장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사실 말이야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건강하게 먹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여 성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밤 피곤한 눈을 비벼 가며 빈둥빈둥 놀다가 결국 늦게 잠에 듭니다. 그래서 또 피곤함 몸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건강하게 먹겠다는 다짐은 또 잠시 잊은 채 당장 먹기에 달콤한 곶감을 먹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독서를 하겠다는 다짐은 또 잠시 잊었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튜브 어플을 켜버립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아는 것도 어렵겠지만 실천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고들 하는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성장에 유익하다고들 하는데 잘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몇 배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제법 몸과 마음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모르는 거 투성이고 마음 같아서는 모두 피하고 싶었습니다. 아는 것들만 품어도 쉬운 것이 아닌데 잘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며 해내려고 하니 삐걱이고 지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한번 해보겠다고, 도전하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몇 개의 글자와 몇 마디 나눠본 것만을 믿고 저를 선택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가끔은 스스로가 어떤 녀석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 녀석에게 자기네들과 함께 해보자고 손을 건넸습니다. 그렇기에 바로 뒤돌지 않고 계속 시도했습니다. 잘 한 것도 있고 잘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년이라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지나 지난날들을 되돌아봅니다. 어쨌거나 여기까지 밀고 왔는데 잘 왔는지 뒤돌아 봅니다. 많은 발자취를 남기고 왔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음에도 잘 견뎌왔으니까요, 기대감을 안고 뒤돌아봤더니 출발점과 지금의 위치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저 멀리서 시작한 줄 알았는데 바로 요 앞에서 시작했습니다. 억울합니다. 잠도 줄이며 여기까지 왔다 생각했습니다. 기대했습니다. 1년 전의 저 자신은 1년 후인 지금의 저를 상상하며 제법 전진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 어찌 된 것인지 지금의 자리에 앉아 생각합니다.
자리에 앉았더니 생각보다 깊습니다. 예전에는 앉아서 생각했을 때 맨바닥에 앉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파여 있습니다. 대단히 깊지는 않지만 확실히 ‘깊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또 전에는 두 발 놓을 정도의 공간만 있었는데 이제는 엉덩이를 깔고도 앉습니다. 다리도 조금 편히 둘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간 줄 알았는데 깊이를 더하고 넓이를 넓혀 왔나 봅니다. 넓어지고 깊어진 덕분에 조금은 아늑해지고 약간은 편해졌습니다.
겨우 발 디딜 틈만 있었는데 이제는 앉아도 보고 다리도 살짝 펼칠 수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힘듦이라는 것도 조금은 줄었나 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불만이었다면 이제는 7개 8개 정도가 불만입니다. 불만족스러웠던 무언가가 만족스러워진 것은 아닙니다. 불만족스러움이 만족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만족의 정도가 낮은 것임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그 부족함을, 아쉬움을 인정한 것입니다. 인정을 통해 가장 혜택 보는 이는 바로 저 자신입니다. 열 가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와 그보다 조금 덜 많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의 마음 중 누구의 마음이 더 편한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뻔합니다.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수용하려 노력합니다.
마음이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알아도 어려웠고 모르는 것은 더 어려웠습니다. 난관을 넘으니 기다렸듯 새로운 어려움이 나타났고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그 새로운 어려움도 극복했습니다. 멀리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전진한 것이 아닌 아래로 깊어지고 옆으로 넓어졌습니다. 성장이라고 하여 나아가거나 올라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넓어지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아직은 더 깊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성장이 거리와 높이의 확장이 아닌 깊이와 공간의 확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겨우 발 디딜 공간만 있던 제가 이제는 앉아서 다리도 조금 펼치니까 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다리도 쭉 뻗는 것을 넘어 눕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더 깊이 파서 나만의 영역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인간의 욕심을 잘 활용하면 공간의 확장과 깊이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어쩌면 부족하지 않은 상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한 순간은 있을 수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제법 괜찮은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삶은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져 가는 것인데 그렇게 꽤 괜찮은 찰나들이 모여 꽤 괜찮은 삶이 될 것이라고 믿어 봅니다.
또 1년이 지난 뒤의 제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지, 이제는 깊이가 제법 생겨 그 벽들을 담장이라고 불러도 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