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성장을 향해
매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찌르르 찌르르~ 쭈아아앙 쭈아아앙~’ 당차게도 웁니다. 닭처럼 동이 트면 우는 것인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해가 다 넘어간 저녁에도 우는 녀석들이 제법 많습니다. 3년에서 최대 17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 지상에는 약 2~3주 머물다 간다고 합니다. 한참을 기다린 것에 비해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저리도 부지런하면서도 크게 우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비가 오는 장마에도 울고 기온이 30도가 넘어도 웁니다. 이 소리가 있어야 진짜 여름 같습니다. 매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울어봅니다.
어린 시절 매미 채집을 하겠다며 잠자리채와 채집 통을 들고 가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집 근처 공원이 있어 잠자리채로 살짝 낚아채면 수월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한두 마리만 잡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매미를 낚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잠자리채 안에 있는 매미를 채집 통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분명 제가 매미보다 몇 배는 무겁고 몇십 배는 덩치가 큰데 혹시나 이 녀석이 나를 해하면 어쩌나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조심 집어서 통으로 옮깁니다. 처음부터 잘할 리가 없습니다. 잡으려다가 무서워서 손을 빼고 또다시 도전합니다. 그럴 때마다 겨우 2~3주 살 수 있는 자신을 왜 이리 괴롭히냐고 울어버리는 소리에 놀라 또 손을 빼버립니다. 함께 채집을 간 친구들은 턱턱 잘 잡아서 통에 넣습니다. “야~! 쫄지마라! 그냥 잡으면 된다!” 주저하는 저를 보며 옆에서 한마디씩 해줍니다. 저라고 몰라서 잡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만 가만히 있어주면 되는데 그러지를 않습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주저하게 됩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눈 딱 감고 한번 잡아봅니다. 약간은 딱딱하면서도 너무 세게 집으면 터질 것 같은 매미. 적당한 세기로 녀석을 잡아 잽싸게 통으로 집어넣습니다. 드디어 한 마리를 통에 옮겼습니다.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다음 녀석은 한 번에 옮깁니다. 원래 두 마리만 잡고 싶었으니 이제 집으로 갑니다. 매미를 낚아챈 것보다 손으로 직접 만진 것을 뿌듯해하며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갑니다. 사실 매미가 저를 갑자기 공격하거나 변신해서 보복할 것이 아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어서 걱정하고 긴장했던 것입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하고 나니 어렵지 않습니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매미를 잡으러 간 것 같습니다. 첫 매미 채집은 손으로 잡는 것과의 사투였지만 그 뒤로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시도할 때 늘 초반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처음이라 잘 못할 수 있지만 유독 처음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실수하거나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끈기와 용기로써 그 고비들을 넘겨왔습니다. 잘 모르면 직접 부딪히며 왔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야간 자율학습을 처음 해봤습니다. 열일곱 살의 청소년에게 자율적인 학습은 상당히 낯설고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저 주어진 숙제만 해가던 때와는 다르게 제가 어떤 공부를 어떻게 얼마나 할지 스스로 정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더라고 아무도 모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귀찮음과 게으름을 뒤로하고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딴짓하고 빈둥거리기만 했습니다. 결과야 뻔했습니다. 처음이야 그 티가 잘 안 났지만 두세 달 정도 지나니 시험문제를 풀 때의 속도와 느낌에서 바로 차이가 생겼습니다. 지문 읽는 속도는 자꾸만 더뎌지고 읽었던 부분을 읽고 또 읽어서 겨우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렇게 푼 문제들에 대한 제 확신도 나날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성적은 점차 떨어졌습니다. 가파른 성적 하향을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사력을 다해 공부하였고 결국 이전보다 더 높은 성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상경해서도 서울살이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고 슬퍼한 날도 많았습니다. 외롭고 쓸쓸했으며 많은 것들이 부담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따금씩 짐 싸서 창원으로 돌아가는 상상도 많이 했습니다. 그냥 집에 살면 그만큼 고생스럽지 않을 것 같아 내려두고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늘이 귀애하기에 내게 이런 시련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쓰디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달콤한 시간도 분명 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이겨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먼 미래를 위해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낯섦, 어색함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한발 내딛기가 무섭고 내딛는다 하여도 비틀거리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조심스러울지라도 가봅니다. 매미가 내게 반격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 집중을 방해하는 다른 요소들에 자율학습 시간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또 고향으로 무작정 돌아간다고 그곳에서의 삶이 무조건 편하고 좋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다. 옆과 뒤를 자꾸만 바라보면 제 걸음 속도만 늦어지고 비틀거리기 십상입니다. 그냥 묵묵하게 한번 가보는 것입니다. 처음에 실수 좀 하면 어떻습니까? 낮은 곳에서 시작한 만큼 올라갈 곳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두려움도 설렘으로 바뀌고 낯섦도 익숙함으로 점차 바뀝니다.
그저 제 무용담을 늘어놓기 위해 꺼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해보지 못 한 것들을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직장에서도 모르는 일들, 걱정되는 일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처음 겪는 일들이 많습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실수는 하지 않을지 긴장됩니다. 하지만 눈 한번 질끔 감고 매미를 잡아보니 별것 아니었던 것처럼, 잡념을 잠시 멈추고 집중하면 모든 것들이 해결되었듯, 약한 생각 하지 않고 걸어갔더니 정말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이 나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저 멀리서 매미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는 매미를 잡을 나이도 아니거니와 만약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고 쫄지 않고 한 번에 잡을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