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을 무너뜨리는 지나친 간섭의 그림자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타인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저의 실제 내담자들과의 상담 사례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토대로, 이러한 불편한 사람들의 행동에 숨겨진 심리적 이유를 분석하고, 감정 관리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1부 일상생활(#1~#20)에 이어 -직장생활에서-를 시작합니다:)
2부 직장생활(#21~)에서는 명화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작품을 소개합니다.
B님의 고민
벌써 입사한 지도 5년이 넘었어요. 승진도 했고 큰 불만 없이 무던하게 회사생활을 했었어요.
그런데.. 오래 근무하셨던 팀장님이 전근을 가시고 새로 바뀐 팀장님 때문에 매일이 고통스러워요.
우리 팀장님의 끊임없는 간섭과 지시 때문에 정말 힘듭니다.
팀장님은 사소한 일까지 본인이 지시한 대로 하지 않으면 저를 무시하거나 질책해요.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 '왜 내 말을 못 알아들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 의견을 내면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라며 일축해버리고, 항상 본인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세요. 더 괴로운 건, 일을 맡긴 뒤에도 계속 제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예요. 마치 제가 실수할 걸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러다 뭐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으로 이거 저거 고치라고 지시하죠. '핑프'라는 별명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심지어 혼잣말도 계속 해요. 어쩌고 저쩌고.. 제가 일하는 뒤에 서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일하게 됩니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 창의적인 시도는 꿈도 못 꾸고, 팀장님 눈치만 보며 일하고 있어요. 제 열정과 자신감이 모두 사라져가는 것 같아 너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핑프: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핑거 프린스(finger prince)'의 줄임말로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검색하거나 찾으려 하지 않고 온라인 또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
행동의 심리학적 배경
이런 행동은 자기 과시형 성향(Narcissistic tendencies)이나 통제 욕구(Need for Control)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항상 옳다는 믿음은 자신의 불안을 숨기기 위한 방어 기제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구가 반영된 행동일 수 있습니다.
-통제 욕구: Rotter의 통제소재 이론에 따르면, 팀장은 외적 통제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믿어 과도한 간섭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불신과 불안: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 중 '신뢰 대 불신' 단계의 해결이 불완전했을 경우,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려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Hewitt와 Flett(1991)의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에 따르면, 팀장은 타인-지향적 완벽주의 성향을 보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그들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리더십 스타일의 부적절성: Goleman의 감성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팀장의 강압적 리더십 스타일은 팀의 분위기를 해치고 구성원의 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 마이크로매니징은 리더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업무까지 일일이 업무 지시를 하는 태도를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실무자가 보내는 메일의 줄바꿈 하나까지 자신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감정 관리 솔루션
상사의 행동이 반복될 경우,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본인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말씀하신 방향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을 확인해 주시겠어요?”처럼 업무 중심의 대화로 초점을 맞추고, 상사의 지적이 아닌 본인의 성과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상사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제하고, 업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정리해 볼게요.
-자기 인식 강화: 매일 저녁 5-10분 동안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일기로 작성해 보세요.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 패턴을 파악하고, 상사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 자기 대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야", "나의 의견은 가치 있어"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세요. 이는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점진적 노출 기법: 작은 것부터 시작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세요. 예를 들어, 회의 때 한 가지 의견이라도 말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 하루 10분씩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실천해 보세요. 이는 불안을 줄이고 현재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취 일지 작성: 매주 자신의 작은 성취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일을 기록하세요. 이는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지 그룹 형성: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를 지지해 주세요. 이는 고립감을 줄이고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계 설정 연습: 역할극을 통해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는 실제 상황에서의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활동: 운동, 그림 그리기, 음악 감상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 정기적으로 실천하세요. 이는 전반적인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자기 돌봄 루틴 만들기: 매일 저녁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세요. 따뜻한 목욕, 좋아하는 책 읽기 등 자신을 돌보는 활동을 통해 자기 가치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미술 작품 소개
귀스타프 카유보트의 'Floor Scrapers'(마루 깎는 사람들)(1875)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주제인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루며, 도시화된 파리에서의 노동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림 속 노동자들은 단순히 힘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끝이 없어 보이는 작업을 묘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일에 대한 고충과 피로감을 느끼게 합니다. 작품의 음울한 색채와 낮은 시선은 노동의 고립감과 긴장된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이 작품은 마이크로매니징 환경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세세한 간섭 속에서 직원은 끊임없는 지시를 따르느라 반복적이고 세세한 업무를 수행하며, 창의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합니다. 작품 속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에 갇혀 있는 모습은 통제와 간섭으로 인해 직원들이 느끼는 억압된 상태를 상징적으로 연상케 합니다.
프리다 칼로의 'Diego and I'(디에고와 나) (1949)는 제목처럼 프리다 칼로의 얼굴 위에 남편인 리베라의 얼굴이 들어간 초현실주의적 작품입니다. 칼로는 자신의 초상화 얼굴 위에 눈이 세 개인 남편 디에고를 그려 넣어 여성 편력이 있는 리베라와의 결혼생활에 고통을 받던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이 자화상으로 리베라가 주는 마음의 고통을 잊게 위해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을 은유적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칼로의 친구였던 영화배우 마리아 펠릭스와 염문을 뿌리면서 느꼈던 그의 고통이 반영된 그림이기도 하죠.
칼로의 작품은 B 씨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자화상에서 프리다의 이마에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얼굴은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존재를 나타냅니다. 이는 B 씨가 느끼는 상사의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를 연상시킵니다.
칼로의 눈물 흘리는 모습은 B 씨의 내면의 고통과 좌절감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프리다의 강렬한 눈빛은 그녀의 내적 강인함과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는 B 씨에게 자신의 가치를 잃지 말고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의 함정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여 결국 조직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합니다. 하지만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직장 문화는 직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환경에서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각자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직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떨까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챕터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