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넘사벽(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일을 잘하는 한 여자 선배가 있다.
그를 둘러싼 루머는 회사 가십에 문외한인 내가 아는 에피소드만 벌써 4개다. 일부 사실에 근거했으나 거기에 붙는 디테일과 평가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모두 남초 회사에서 여자 직원이 흔히들 오해받는 그런 성적인 얘기들.
회사 내부적으로 직원들은 악의적 루머들의 출처로 인사평가 S를 독차지하는 일잘러 여자 선배를 질투하는 남자 직원 일부를 지목하고 있다. 술자리마다 그 선배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특정 1인과 뒤에서 소곤소곤 소문내는 일부.
회사라는 집단에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는 칭찬과 격려의 대상보다는 질투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업무 성과에 따른 보상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회사 내 연예인'이 된 만큼 악플과 루머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의 가십 얘기에 전혀 관심 없던 내가 나 또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성적인 얘기는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 업무 권한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한 선배에게서 꾸준히 나왔다는 걸 전해 들었다.(그 정도인가..?)
일을 하다 보면 내 업무 범위 연장선상에 있는 일을 상사나 거래처로부터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걸 왜 나한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직장인이니 시키는 대로 성실히 한다. 그러다 욕을 먹은 거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나한테 들어온다는 건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모든 의문을 차치하고. 이럴 때면 열심히 하는 만큼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주고 그만큼 나도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회사 생활 꿀팁으로 돈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하라고 하지만, Born to be 성실러로 태어난 이상 나는 절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적당히' 할 수 없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