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로 시작
이제 곧 미로가 끝이라고 알려주는 단어를 만난다.
Almost!!!
거의 다 왔다는 말이 더 마음 졸이게 한다. 미로 속에서 만났던 수 많은 글귀보다, 도착이라는 종소리보다 더 마음 졸이게 하는 단어.
지금부터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다시 돌아가야 하고 길의 방향을 잘 선택하면 종을 울리고 지나온 미로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처음 시작은 늘 호기롭게 출발한다.
그랬다.
2004년 겨울. 스물다섯. 이른 나이에 결혼도 나는 호기롭게 맞았다. 결혼식장에서 대기실 밖으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신부, 세상 씩씩한 신부는 처음 본다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오전에는 잠시 눈이 내리는 바람에 예도단 버스가 오네못오네 신랑은 전화를 이리저리 해도 나는 다소곳이 얌전한 신부놀이는 너무 어색해서 얼른 나랑 사진 찍으라고 친구들을 불러댔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누구보다 잘하겠노라며 스스로 한껏 다짐하고 떨리는 마음 눌러보려고 더 크게 대기실을 시끌벅쩍하게 하던 내 모습도 생생하다.
1시에 시작한 결혼식에 뭔 순서가 이리도 많은지 4시가 되서야 옷을 갈아입고 밥 먹을 기운도 없었던 나의 결혼식. 식이 끝남과 동시에 일찍한 결혼을 자축하면서 ‘결혼은 현실이야!’라고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 하면서 지극히 T적인 사고로 나를 다독였다.
안녕 미로야~ 안녕 결혼아~를 웃으면거 읽고 들어간다. 숲 길 하나 앞에 두고 이제부터 탈출 시작하러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