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와의 동거
8.
바다로 돌아갈 것이라고 먹은 마음을 뒤로 한지가 한 달이 되어간다. 날씨는 G가 나를 잡았던 그날보다 쌀쌀해졌다. 나는 새하얀 연기꽃을 기다리는데, 그보다 먼저 갈대가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겨울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밤공기가 차갑고, 긴팔 셔츠를 즐겨 입을 수 있는 이 계절도 심심치 않게 애정한다. 기질적으로 열이 많은 채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서늘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모든 계절들을 사랑한다.
오늘도 G의 책방으로 향한다. 이제는 책을 추천받기 위해 책방에 가는 것이 아닌 G를 보기 위해 책방에 간다. 겨우 서너 달 남짓한 시간 안에 이런 변화가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도 놀라웠다. 아이는 요즘 G의 책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G는 아이가 마치 곁에 없다는 듯, 무신경하지만 아이는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항상 해맑게 웃으며 G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이가 나만 따라다니던 때가 그리워져 가끔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종종 바다가 흐느끼는 소리가 귓속을 맴돈다. 돌아오라는 곡소리,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울부짖음,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애통한 말투와 같은 그리움이 묻어 있는 그런 소리들이 들린다. 인어가 되어 돌아가는 것을 포기했지만 아무래도 바다는 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젯밤에는 그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잤을 정도로 바다는 서글퍼했다.
[딸랑-]
“O, 왔어요?” G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의 맑은 미소에 귀에서 맴돌던 바다의 소리는 파도가 풀어지듯 사라진다.
“당연하죠.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이리도 많이 모여있는 곳인데.” 나도 행복한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답했다.
책방을 둘러보니, 어딘가 달라져있는 게 있었다. 의자가.. 두 개였다. 그가 나에게 빌려준 책들이 한편에 가지런히 모여 진열되고 있었고, 옆에는 꽃 한 송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G, 이 꽃은 뭐예요? 그리고 여기 있는 거 다 저한테 추천해 주신 책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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