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끝맺음, 결국엔

고치고 싶은 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운 거야

by 해차

12.

아무리 기다려도 대신 회사에서 연락이 오질 않는다. 그저 신경 쓰지 말고 쉬라는 G의 말만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G는 분주했다. 집을 내놓으려는 것 같다가도 집을 뜯어고치기도 하고, 누군가와 바쁘게 전화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모든 것이 의아했지만, 내가 아는 G는 나에게 무언가 숨길 사람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믿고 기다렸다.


우리의 잊히지 않는 그날 이후로, 아홉 달 정도 지났을 때인 것 같다. 분주하던 G가 오늘은 나와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아침을 차려 먹으며, 아이가 있었던 때 우리의 생활을 따라 했다. 나는 이에 맞게 반응해 주며 행복한 듯 굴었다. 아직 아이의 빈자리가 내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입에 밥을 한가득 물고 거실과 주방을 도도도 뛰어다닐 그 아이의 발소리가 귓가에 맴돌지만 그래도. 당연히 항상 세 세트의 식기가 있어야 하는 식탁에 G와 나의 식기만 덩그러니 반사되고 있음에도 그래도. 행복한 듯 굴었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자는 G를 따라 인근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이라고 해보았자 이곳에는 마땅한 곳이 없었고, 그저 작은 빌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잔디가 깔린 작은 놀이터일 뿐이다.


느낌이 좋지 않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모두가 항상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다. 나에게는 정확히 이상하다. 어, 사람이다. 사람인데, 사람이잖아. 사람이야. 아이? 내 아이? 자세히 다가가서 보아야 해.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이가 아니다. 그런데.. 이건 G의 얼굴이 아닌 나의 얼굴만 섞인 작은 아이다. 왜 공원에 버려져 있지. 그런데 왜 G의 아이가 아니지. 왜 아니지. 아, 그냥 유전자의 힘이 약했나 보다. 그랬나 보다. 데리고 가야겠다.


"G. 이거 우리 아이예요.. 왜 이리도 연락이 없나 했더니 조용히 전해주려고 했구나.. 벌써 열 달이 지났나 봐요.. 그런데 G를 하나도 안 닮았어요 그렇죠." 해맑게 웃는 O를 바라보던 G의 얼굴이 빠르게 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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