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질의태양 Nov 24. 2024

컨테이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1편


컨테이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통영에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동피랑, 그 아래쪽에는 충무김밥·통영꿀빵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가 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게들 바로 한 블럭 뒤 골목길에도 식당, 미용실 등 상가가 형성되어 있지만 주차된 차들로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고 인적은 드물다.


저녁 8시가 지나면 거의 모든 가게에는 불이 꺼진다. 가로등도 별로 없다. 어둑해진 밤이 깊어질수록 골목엔 취객들,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변한다.


살려보자.

푸른통영21,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그리고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이 이 골목을 살려보기 위해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2013년, 구도심 재생사업을 시작하였다.






13년 2월과 3월 사이 즈음

롱패딩 한 번 제대로 꺼내 입지도 못했는데 남쪽나라 통영에는 겨울이 벌써 저만치 가고 봄기운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즈음, 푸른통영21로부터 복지관에 전화가 한 통 왔다.

"사회복지사가 이런 일 해야죠." 과장님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내용인즉, 강구안 뒷골목을 살리기 위해 구도심 재생사업을 하는데 복지관도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구도심 뭐? 재생 뭐? 생소했다.


그러고 며칠 뒤 관련 기관 담당자들과 복지관 과장님, 관장님, 그리고 나까지 골목 현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예전엔 이 골목 일대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통영의 중심지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상권이 무전동, 죽림 쪽으로 많이 옮겨져 골목에 활기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바닥, 간판도 새롭게 정비하고 꽃길로 가꾸어 걷고 싶고 찾고 싶은 골목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러한 일을 함께 하자는 말이었다.


최근 복지계에서도 한창 '마을 만들기' 사업이 붐이었다(서울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우리 복지관에서도 마을 만들기 사업 관련 교육도 많이 듣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적절한 현장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제안을 받아 반가웠다.


근데 상가지역을 복지관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고, 푸른통영21에서는 '상인들'이라 하지 않고 '주민들'이라 했을까라는 의문도 따랐다.


대부분 통영 사람이고, 대부분 골목에서 장사한 지 10년은 훌쩍 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상가지역 또한 지역민들의 삶터이지 않나라는 이야기였고, 실제 조사도 그러했다.


복지관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골목 살리기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하고 나를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오전엔 복지관에서 기본 업무를 보고 오후엔 골목 맞은편 광장(강구안 문화마당)에 있는 컨테이너에 나가 일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렇게 난 하루아침에 정해진 일도 없이 자유를 얻은, 상사 대신 예술가들을 상대하는, 컨테이너에서 일하는 간지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안 착한 사회복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