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어느 날 내가 탑승해 있던 비행기가 비상착륙했다.
나는 모항공사의 승무원으로 수년간 비행을 해왔다.
그리고 그날이 나의 마지막 비행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출근길이었기에 출근길 자체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아 비행 가기 싫다..”를 되뇌며 한 손엔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터덜터덜 지하철 역으로 향했겠지.
공항에 도착해 브리핑실에 모여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장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곧이어 착잡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가셨다.
“내일부터 당분간 휴직이 시작될 거야..”
그때의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가 될 정도의 심각한 스케줄을 나는 몇 달간 지속하고 있었다.
타회사에 근무하던 동종업계 사람들은 말했다. “이게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스케줄이 맞냐. “ ”내 자식, 여자친구, 나의 와이프라면 제발 그만두라고 읍소할 것 같다. “
매달 이어지던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있었고, 억지 미소를 쥐어짜 내며 손님을 응대하는 승무원이었다. 2주간의 휴직이라는 소식은 한껏 지쳐있던 내게 어쩌면 조금은 달콤하게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나 내일부터 휴직인 거야...?’
머릿속에 심란함을 가득 담은 채로 국내선 4 레그를 마쳤다. 정신없이 그날의 비행을 마치고 공항의 게이트를 승무원들과 빠져나오며, 그제야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점점 가득 차올랐다.
“사무장님,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응.. 2주 잠깐 쉬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꼭 다시 만나요.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만나면 그땐 더 즐겁게 비행해요..”
그날은 나의 마지막 비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