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행하는뿌뿌 Nov 17. 2024

내가 사랑했던 나의 일터, 하늘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마지막 비행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10분 남짓한 시간. 그날따라 왠지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승무원으로서의 퇴근길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응 엄마. 나야. 당분간 휴직이래. 아마 마지막 비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응응. 끊어..”


누구에게도 내 기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아님 나조차도 내 불안을 외면했던 걸까?

삐져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는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 9호선 지하철 역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며 저 멀리 보이는 달을 바라봤다. 그날따라 달이 너무 밝고 환하게 떠 있었다.


많이 슬펐던 그날, 약 삼 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이른바 공시생 친구가 지하철 역 앞으로 찾아왔다. 힘든 일이 있다며 맥주 한잔 하자고 찾아왔던 내 친구. 지금 생각해 보니 하늘이 나의 마지막 퇴근 길이 홀로 외롭지 않도록 친구를 보내주었던 건 아닐까?


친구는 더 이상 공무원 준비에 시간을 쏟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 집 근처 매장에서 사무직 면접을 봤단다. 그곳에서 마저 불합격 통보를 받고 아픈 마음으로 날 찾아왔다. 직장 생활에 첫 발을 내딛기를 소망하며 눈물을 보이는 친구 앞에서, 난 감히 나의 휴직을 앞세워 슬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꼭꼭 감춰뒀다.


덕분에 그날 밤은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때부터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어둡고 긴 터널에 갇혀있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나의 일터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어버렸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