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걸린 시험을 치르게 해서 얻는 게 무엇입니까?

[모순의 장 학교, ‘경쟁’에 대한 교육학적 해석]

by 비타민들레

개별 시험 점수가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창의성이나 탐구력, 행복, 사회에서의 성공 등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험 점수이다.


"교수님, 우리가 배우는 게 교육의 내재적 가치와 결과로 평가하지 않는 것,

스스로의 향상심을 위해 몰입하고

노력해 나가는 과정 자체의 숭고함 같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저희 다 중간고사 봤잖아요. (웃음) 점수도 각자 다르고."

(다 같이 웃음)


"여긴 학교잖아요. 학교입니다."


"아 맞다! 여기가 학교였군요?!"


(또 다 같이 웃음)



얼마 전 <교육과 인간> 과목의

중간고사 점수가 나왔습니다.

논술형 시험이었고, 30점 만점에 27점을 받았습니다.


점수를 보고 별 감흥 없이 '아 그렇구나' 했는데

27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동료 선생님들이 꽤 계셨습니다.


'아 혹시 27점이 전체로 따지면 낮은 점수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앗차차' 했습니다.


동시에 제 답안지에 대한

교수님의 코멘트도 뼈아팠습니다.


'열심히 논의하려 했으나,

비문이 많고 체계성이 미흡함'

위 코멘트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ㅎㅅㅎ

(나름 글을 많이 쓰고 있는 저인데 비문이 많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냉정하게, 문제의 출제 의도대로

제가 답안을 작성하지 못했거든요.

문제는 '개념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어 논리에 입각해 쓰시오' 였는데요.


저는 '예시' 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소는 감성에 입각한 '비 논리적'인 서술을 하였으며

심지어 글자수도 못 채웠습니다.


저는 높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없고

잘하고 싶은 것엔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제게 '시험'이란, '평가'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한번 정리하는' 타이밍이고

출제자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가는 수업의 한 일환으로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이걸 꼭 알게 하고 싶은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어떤 문제가 나올지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모순적이게도

'결과'가 '숫자'로 나오니

제가 시험에 가지는 제 시선과 태도를

스스로 의심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 것'이라는

제 나름의 지론에, 태클이 걸린 것이죠.


- 인공지능을 써서, 내 답변을 더 좋게 했어야 했나.


- 내가 너무 준비 없이 가볍게 임했나


만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목적이 없었는데

결과를 보고 당황한 제 스스로가 모순적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수업'의 주제가 '경쟁'이었습니다.


'경쟁'은 자기를 성찰하는 대신 '타인'에 주목하게 하고

결과지향적인 태도로 인해 도전을 회피하게 되고

노력보다는 능력을 가치롭게 여기게 되며

이분법적 사고방식, 즉 성공은 좋은 것, 실패는 나쁜 것이라며

경직되고 편협한 사고를 낳는다 등이

수업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너무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배우는 우리는 왜 중간고사를 봤으며

점수로 평가되었는가. 좋을 게 하나 없는데...?'


그래서 제가 서두의 질문을 했고,

교수님의 '여기는 학교예요'라는 말에

다 함께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ㅎㅎ



학교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중적 기능을 가진 '사회 기관'입니다.


학교 체제가 위와 같은 기능에 주목하게 될 경우,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은

상당히 유용한 기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결론은 '경쟁'은 체제 및 목적에 따라

유용한 기제로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경쟁 체제가 초래하는 결과로썬

개별성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려는 마음 대신

상대를 능가하려는 마음만 커지고

승리에만 몰두하게 되는 로봇이 될 수 있다는 시각 말이죠!


이번 주에 있었던 일련의 이 생각의 과정은

시험에 갖는 태도와 기대,

공부의 목적에 대한 스스로의 모순을

한번 돌아볼 수 있었던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은 경쟁에 대해 어떤 생각이신가요?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