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
<미하엘 엔데 作 / 한미희 옮김 / 1973년 발행 / 1999년 비룡소 펴냄 / 367쪽>
우리의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자기의 나이가 100살이라고 말하는 ‘모모’라는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의 특별한 능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모를 통해 자아 성찰을 하며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즐긴다. 사람들은 그런 모모를
좋아한다. 그중 청소부 베포 할아버지와 젊은 이야기꾼 기기는 모모가 특히 좋아하는 친구이다.
모모를 통해 시간이 주는 기다림과 여유,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모모는 별들의 나라를 향해 열려 있는 거대한 귓바퀴 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나지막하지만 웅장한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P32)
그러던 어느 날 잿빛 그림자를 드리운 회색 신사들이 등장한다. 차가운 한기를 내뿜고 시가를 물고 있는 그들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일하는 시간만큼 시간 은행의 저축을 하면 나중에 재산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이들의 목적은 사람들이 가슴에 갖고 있는 '시간의 꽃'을 훔쳐 그 꽃의 꽃잎을 말려 시가로 피우며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하늘의 선물 같은 빛나는 별들의 신비로움을 동화적인 색채로 표현하고, 현실 세계의 물질 만능주의를 표방하는 ‘회색 신사’를 등장시킨다. '시간과 돈'을 소재로 현실적이고 다소 삭막할 수 있는 이야기를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이끌리듯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회색 신사들이 거리를 쓸고 간 후 이제 사람들에게 '여유'는 사치가 되어 버린다. 아무도 모모를 찾는 사람들이 없었고, 모모의 곁엔 베포 할아버지와 기기뿐이었다.
모모는 친구들과 아이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예전에 일상 속으로 되돌리려 노력했고, 그것을 눈치챈 회색 신사들은 모모를 잡기로 한다.
이야기에 나오는 회색 신사들은 악인들로 등장한다. 그들은 ‘시간=돈’을 추구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작가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들과 대립하는 ‘모모’라는 소녀를 통해 각박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는 반 시간(한 시간의 절반)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등딱지에 글을 남기는 거북 카시오페이아를 만난다. 모모는 그 신비한 이끌림에 끌려 카시오페아를 따라가다 '언제나 없는 거리'라는 곳에 도착한다. 모모는 거리를 걷다가 '아무 데도 없는 집'에 들어간다. 모모는 거기서 사람들에게 시간들을 나누어 주는 호라 박사를 만난다, 모모는 호라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간’ 속 세상이 아닌 언제나 볼 수 없고, 아무 데서도 볼 수 없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그리고 모모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 모모는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을 알게 된다. 모모의 곁에는 카시오페이아가 있다.
모모는 기기와 베포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만큼 그들 또한 회색 신사들에 계략에 휘말려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모모는 변해버린 친구들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며 슬퍼한다.
모모는 카시오페이아도 잃어버리고, 이제 모모의 곁엔 아무도 없다. 여전히 회색 신사들은 모모를 쫓고 있었다.
혼자 남은 모모는 두려웠지만 곤경에 빠진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 뿐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낸다. 모모는 회색 신사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다. 회색 신사들은 모모가 인간의 모든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 호라 박사를 만나고 온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모모에게 호라 박사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채근한다.
모모는 잃어버렸던 카시오페이아를 다시 찾고, 모모는 카시오페이아가 이끄는 대로 호라 박사가 있는 곳으로 또다시 향한다.
모모는 다행히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회색 신사들을 따돌려 호라 박사가 있는 곳에 다다랐지만, 그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회색 신사들과 마주한다. 이 잿빛 신사들은 호라 박사를 통해 인간들의 모든 시간들을 빼앗으려 ‘아무 데도 없는 집’ 근처까지 가다가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진다. 그들은 훔친 시간으로만 이루어진 존재라서 시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모모는 호라박사를 만나게 되고 사람들을 시간에 '늪'에서 구원해 줄 '시간의 꽃'을 건네받는다. 이를 본 회색신사들은 더 큰 욕심을 채우려 '시간의 꽃'을 쟁취하려다 목숨줄인 시가를 떨어뜨려 제정신을 잃고 사라지고 만다.
시간의 소용돌이, 우리는 공들여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싶은 더 큰 욕심에 욕망이 더 해져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의 꿈, 이루고 싶은 목표, 열망이 간절할수록 ‘처음’ 가졌던 본연의 순수한 마음이 그것을 지켜 줄 수 있지 않을까?
모모는 호라박사에게 건네받은 ‘시간의 꽃’을 들고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한다. 멈춘 세상 속에 꽃들은 회오리를 치며 폭풍을 일으킨다.
그러고 나서 꽃들의 구름은 천천히 사뿐히 내려앉았다. 꽃들은 눈송이처럼 얼어붙은 세상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눈송이처럼 살며시 녹아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원래 있었던 곳인 사람들 가슴속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 순간 다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이 다시 활기를 띠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P358)
회색 신사들이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예전처럼 파티를 즐기며 평온한 일상의 여유를 찾는다. 모모는 맑은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일상의 작은 쉼표, 티타임>
시간이라는 테두리 안에 '시계'는 늘 그 자리에 버티고 있지만, 초침과 분침 시침은 지구의 자전처럼 쉼 없이 돌고 또 돈다. 빠른 초침의 헐떡임에 숨이 가쁜 현실이다.
시계추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허함, 또는 우울함이 우리를 지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이야기 속에 나온 ‘시간의 꽃’의 마법처럼 잠시 나의 시간을 멈추고 나의 기분, 나의 마음, 나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대 유명한 소통 전문가의 말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길은 내 안에 있어.'라는 카시오페이아의 말처럼 ‘나의’ 시간은 ‘나’에게서 오고 ‘내가 향하는 곳’이 바로 종착지이다. 이야기 속 모모와 뜻을 함께 했던 기기와 베포 할아버지, 회색 신사들을 따돌려 모모가 안전하게 호라 박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카시오페이아가 있듯이, 나와 함께하는 소중한 가족을 비롯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림책으로 나온 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