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속의 한 줄기 희망
쇼팽의 야상곡을 부정하는 어느 밤이다
침대와 벽 사이로 공벌레의 재각거리는 소리에
'그래, 너마저...' 하며 비웃음을 흘린다
침대 위에 보이지 않는 실타래가 거미줄처럼 엮인 나의 몸...
거친 숨만으로도 풀릴 그것을 난 애써 가쁜 숨을 쉬이 내 쉬며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 여기는 수면제를 몇 알
목구멍으로 속으로 밀어 넣고 잠이 든다
...... 그냥 눈이 떠졌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 보니
연못 위에 연꽃처럼 기분이 너그럽다
오래간만에 독립운동자세로 문 밖을 나와본다
얼마 만에 사랑스런 빛을 느껴보는지 내 마음은 이내 낙하산을 타고 있다
그 언젠가 이곳은 마을 장터처럼 벅쩍하고 쓰나미와 함께
모든 걸 전부 휩쓸고 가지 않았던가?
이 우주 속에서 미아가 돼버린 나,
그냥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 미로에게 묻는다
그래, 뻐석거리는 난초에게 변기에 있는 샘물로 밥을 주고
마른 옥수수 같은 잎들로 엮은 책들을 한데 모아 버렸다
그리고 조상님처럼 숨 쉬지 않는 낡은 궤종시계를
내 방에 있는 숨통이 끊어진 알람시계를 던져 "째깡" 소리와 함께
심장이 배 밑으로 온 것 같이 그렇게 감은 두 눈을 떴다.
<존 밀레이 - 눈먼 소녀 >, 희망의 무지개
10여 년 전쯤 썼던 '시'입니다. 당시 기억으론 불면증이 있어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쓴 건지
약간의 새벽감상이 묻어 있네요. 지금 보니,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때는 불면증이 심해서 눈을 감은 지 1분 정도 된 거 같은데, 알람소리를 듣고 눈을 비비며
바로 직장에 출근했던 경험도 생각이 나네요.
어지러운 세상과 혼돈 속에서 누군가에는 저의 '시'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