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교는 무제한 전공변경이 가능
미국에 박사유학을 오는 상당수의 유학생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대학교에서 교수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교수 자리는 하나인데 박사졸업생이 10 명이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9 명은 절! 대! 로! 교수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9 명의 박사졸업생은 절! 대! 로! 교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박사 유학을 결심하기 전 반드시 미국 내의 교수 채용시장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슈퍼천재 캄보디아인이 한국에 유학을 오더라도 캄보디아어 학과 교수가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채용공고가 없습니다.
음미대, 간호대, 교육대 등은 제가 잘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그나마도 제가 익숙한 경영대, 인문대, 사과대, 이공계에 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인문대: 강지옥
이공계: 강지옥 혹은 약지옥
사과대: 중지옥
경영대: 약지옥
지옥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옥이 아닙니다. 강지옥과 약지옥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1부는 강지옥이고 2부는 약지옥이죠. 그리고 강지옥의 입구에는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intrate 여기에 들어오는 그대, 모든 희망을 버려라. 그렇습니다. 인문대 전공자들에게는 미국대학교 박사 유학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꾸준히 학생수가 줄었고 향후 30년간 학생수가 줄 예정입니다. 다른 전공은 제가 일하고 재직 중인 대학교의 학부졸업생수를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아래의 자료는 우리 학교의 2018년 2022년까지 5년간 학부 졸업생수의 평균값입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음대랑 뮤지컬 프로그램이 굉장히 유명해서 비정상적으로 학생수가 많습니다 (Tri-state top 3에 들어감). 참고하세요.
경영대학
회계학: 52
재무학: 31
M I S: 27
인사조직: 79
마케팅: 46
인문사회자연대학
생물학: 30
화학: 13
Communication & Media Art: 66
컴퓨터공학: 18
역사: 20
수학: 7
인문학: 9
지구과학: 1
기상학: 6
심리학: 80
사회학: 6
경제학: 5
정치학: 13
스페인어: 3
영어: 11
English Writing: 19
간호교육대학
초등교육: 14
중등교육: 8
Sport Management: 53
간호: 86
사회복지: 46
Law & Justice: 94
음미대
미대: 27
음대: 44
뮤지컬 & 연극: 35
경영대의 경우는 Liberal Arts College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교에 존재하며 비교적 인기학과에 해당됩니다. 최근 들어서 MIS의 인기가 급상승 중입니다. 전통적으로는 교수채용시장이 회계, 재무 >> MIS, 인사조직 >> 마케팅 순서로 일자리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재무, MIS >> 회계, 인사조직 >> 마케팅 순서로 일자리가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교수를 많이 채용하기 때문에 대분부의 대학교의 경우 한국인 교수님들 중 절반 이상이 경영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회계 2명, MIS 1명, Educational Psychology 1명.
이공계의 경우에는 수학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생물학이랑 취업이 잘 되는 컴퓨터공학과를 제외하면 교수 일자리가 많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몇 년 전 물리학과랑 지구과학과를 폐과 하였습니다. 다만 이공계 박사 과정의 경우는 보통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졸업합니다. 그래서 교수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공계 박사의 경우는 다른 전공에 비해 민간 일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기업체나 대학교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을 합니다.
사회과학대의 경우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합니다. 심리학은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인기 학과입니다. 그런데 다른 모든 학과는 비인기학과입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도 몇 년째 사회학과랑 경제학과 폐과가 논의 중입니다. 게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사회과학대는 이상하게 경영대학보다 훨씬 많은 박사학생들 졸업시킵니다. 그래서 취업을 굉장히 어렵습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에 저는 같은 시기에 같은 학교의 정치학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10년 간 노력하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그렇다고 그 친구가 저보다 노력이 부족했던 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교수채용공고는 회계학과 5배 많은데 회계박사 2명 졸업하는 동안 정치학박사는 5명이 졸업했고, 회계박사 2명이 교수가 되는 동안 정치학박사 5명은 아무도 교수가 못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 2명의 사과대 출신이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한 명은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고 마케팅교수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석사는 경제학을 하고 박사는 회계학을 해서 회계학교수가 되었습니다.
객관성이 전혀 없는 저의 경험으로 정리하자면
경영학박사: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공계박사: 미국에서 교수가 꼭 하고 싶다 ---> 도전하지 마세요. 민간 회사에 취업해도 행복할 자신이 있다 ---> 도전
사회과학대박사: 미국에서 교수가 꼭 하고 싶다 ---> 경영학으로 전공변경.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 욕심을 버리고 도전
인문대박사: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