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모란디의 정물을 사랑해 프로필 이미지로 쓰고 그랬다. 정물이 배경에 녹아들어가 화폭 전체가 희뿌연 그의 그림이 좋았다.
오늘 돌발적으로 백운대 올랐다. 겨울 안개가 짙었고, 백운대는 암문 바로 위 발치부터 자신을 숨겼다. 나를 앞질러 갔던 베테랑 산꾼을 마주쳤다. 물었다.
- 위에(정상)까지 갔다 오셨어요?
- 그렇죠.
- 풍경 보여요?
- 곰탕이야 아주, 아무것도 안 보여. 강풍 불고.
백운봉 암문에서 한 삼십 여 미터 올라가다, 몸 돌려 양주 쪽 북한산탐방지원센터로 터벅터벅 내려와, 두 시 넘어 구파발서 돈가스 먹었다. 겸손 돈가스 깔끔하고 푸짐하다.
모란디 정물이 곰탕 국물 빛깔인 걸 처음 알게 된, 기념비적 산행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