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을 유발시키는 현대문명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SNS 피드를 스크롤한다.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어울렸는지,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지 놓칠까 봐 불안하다.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은 현대인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단체 채팅방에서 모두가 같은 행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만 모른다는 느낌이 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주말에 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을 SNS로 알게 되었을 때, 초대받지 않은 것 같아 서운함이 밀려온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를 점점 더 많은 정보와 활동 속으로 몰아넣는다. 최신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것 같고, 새로운 기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다.
이러한 경험은 소비문화에서도 두드러진다.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지금 사지 않으면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소비를 자극한다. 세일 마지막 날, 충동적으로 결제를 누르게 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 우리를 즉각적인 행동으로 몰아넣는다.
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포모는 우리가 놓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잡을 수는 없으며, 모든 정보를 소화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행복은 비교에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모는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든다. SNS에서 누군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나의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일 뿐이며, 실상은 각자의 속사정이 다르다.
포모는 우리 삶의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SNS는 포모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상대적으로 내 삶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보이는 삶은 편집되고 조작된 이미지일 뿐,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포모는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다. 한정판 상품, 한시적 할인, 바이럴 마케팅 등은 소비자들의 포모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들이다. 이에 휩쓸려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 직장에서도 포모는 경쟁을 부추긴다. ‘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지나치면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
포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우선순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기회를 다 잡을 수는 없으며, 무엇이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보를 선별적으로 소비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SNS에서 모든 게시물을 확인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에 집중하는 태도’ 역시 포모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은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눈앞의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타인의 삶이 아닌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포모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포모는 현대 사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경험할 필요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포모를 넘어, 비교와 조급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더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