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저녁이 있는 삶

환영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


출근한 지 3일 정도가 지났고,

아무런 예고 없이 회식이 정해졌다.


“오늘 너 축하해 주려고 어렵게 마련했다”

“감사합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회식,

설레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술에 취하면 안 되는데,

다들 주당이라고 들었는데...

자기 소개를 시키면 뭐라고 해야할지

장기자랑을 시키는 것은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이 강압적으로 시켰던 트라우마가 연상됐던 것 같다.


첫 회식 장소는 양천구에 위치한 한우 전문점.

방이 있는 식당이었다.


굳이 삼겹살을 먹으면서 방을 왜 예약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금방 해소됐다.

이들은 방이 없는 음식점을 잘 가지 않았다.

직업 특성상 보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방이 있는 개별 공간에서 식사를

해 본 경험도 별로 없어서 조금 특별했다.


그날 이후로 선배들이 데리고 간

식사 장소 대부분이 정말 방이 있는 음식점이었다.


사실 나의 입사를 축하하는 자리보다는

상급자들 세상 사는 이야기가 9할을 차지했다.


나는 고기만 굽고,

소맥을 섞는 일만 계속했다.


사실 나에게 관심이 크게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단지 나를 핑계로 작은 모임을 하는 듯 했다.


그래도 흥미로웠다.


사무실에서 말 없던 분들도 술 한 잔 들어가니,

이런저런 세상 불평불만을 털어놓다니.


사람은 그냥 다 똑같았다.


1시간 정도 흘렀을 때 보좌관은

담배 한 개비를 같이 피자고 했다.


당시만 해도 실내 흡연이 가능했다.

구석진 자리에서 종이컵에 물을 따르고,

휴지를 넣어서 재떨이를 만들었다.


개인 환경조사가 시작됐다.


부모 동거 여부, 가족 구성원, 부모 직업 등등

나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몰랐다.


그러던 중 보좌관은 내 입사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네가 왜 합격됐는지 알고 있냐?”

“아뇨”

“넌 진짜 운이 좋은 놈이야”

“제가요?”

“그럼, 너는 원래 불합격이야”

“네? 무슨 말씀이신지”

“너 말고 원래 합격자가 있었어 임마”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왜 나에게 저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경쟁률이 한 50대 1정도 였어”

“네네”

“뭐 그중에 넌 2등이었어”

“아 그랬나요?”

“1등이 엄청 좋은 대학 나온 놈이라, 그놈을 합격시켰지”

“그런데, 제가..왜..”

“아 그놈한테 합격 통보를 하고 났는데, 바로 전화가 왔어. 못 가겠다고”

“네?”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자기 엄마가 입영통지서를 들고 왔더래. 군대 간다고 하더라”

“아...황당하네요”

“우리도 엄청 황당했어. 그래서 왜 지원했냐고 물었지. 근데 자기도 몰랐다고 하네?”

“아...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 알겠지? 넌 엄청나게 운이 좋은 놈이라고, 영광인 줄 알고 일해”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그래도 2등이라 합격한거야. 다시 한번 축하한다”


내가 왜 저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합격 뒷이야기를 이야기해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씁슬했다.


개운하지 않았다.


나는 2등이었다.

나는 1등이 아니었다.

1등이 아니라도 전혀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런 생각들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의 사수는 노래방을 제안했다.

사실 무조건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둘러 인근 노래방을 찾기 시작했다.

식당 주변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가장 고급스러운 장소를 섭외했다.


노래부터 시킨다.

신나는 노래를 하라고 한다.


춤을 추라고 하고,

분위기 좀 신나게 만들어 보라고 한다.


내가 춤을 추면 웃고,

내가 노래하면 박수친다.


마치 광대 같았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생각했다.


운이 좋아 합격한 사실이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회식 자리에서 광대처럼 춤을 췄던 나 자신이 싫었다.


내가 감사하다고 하길 바란 것일까?

아니면 운이 좋은 놈이라고 인정하길 원했나?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런 일이 있고 수개월이 지나고 난 뒤

보좌관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해줬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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