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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존자다>에 대한 조금 다른 시선

인간성을 유지하는 법

by NINEBELL

<나는 생존자다>를 봤다. 다들 보기 힘들다고 하는
다큐라 시작 전까지도 망설이긴 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불편함', '역겨움'을 넘어 다른 생각들도 좀 들어 그래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보는 내내 힘들고 괴로웠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분노나 피해자에 대한 고통을 넘어 '역겹다'는 느낌은 분명 흔히 드는 생각은 아니었다.


가해자의 행위가 너무 잔혹해서?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 깊어서?


물론 그런 이유도 무시할 순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 가해자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소위 악마 같은 짓들을 한 인간들을 보면 '저건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인간들은 늘 있다.


'JMS'의 행태가 영상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충격이 클 뿐 소위 사이비라고 불리는 종교집단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형제복지원'이 운영되는 방식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다.
'일제강제동원' 같은.

사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세계곳곳에서 일어났고, 아마도 지금도 비슷한 형태로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악마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거부감이 들고 그 거부감이 '역겨움'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범죄자 하나를 놓고 뭐 그렇게까지 진지하냐'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악마 같은 인간들이 태어날 때부터 악마였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닐 것이다. 그들도 어릴 적은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평범한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건 항상 '욕망'이다. 그것이 금전을 향한 욕망이든 명예를 향한 욕망이든 욕망은 항상 우리를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고 일정선을 넘어서면서부터 사람은 인간성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은 꼭 있다. 그래서 단순히 그들을 우리와 다른 종의 동물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우리 스스로도 욕망에 대한 경계를 허물기 쉽다.
그렇다고 항상 경계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는 욕망을 얼마나 컨트롤하고 살고 있는지 가끔은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같지도 않은' 그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Milperra와 그들의 골프장은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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