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이 셋 있다.
cl, 화사, 김민하.
셋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 각자 분야에서의 특출 난 재능이 첫 번째겠지만 내가 그들을 특별히 아끼는 이유는 조금 다른데 있다.
아마도 이효리 이후로 한동안 정체돼 있던 여자 연예인의 전형적인 틀을 이들이 한번 더 깨트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좀 더 넓게 생각해 보면 페미니즘적인 사고와도 맞닿고, 더 넓게 보면 우리의 비틀어진 외모에 대한 기준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거창한 목표와 맞닿는다.
전형적인 틀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체중이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진 모르겠지만 특히 여자 연예인의 몸에 대해서 우리는 비정상을 정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가수 현아가 공연 중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원인은 '급격한 다이어트'.
사실 언젠가부터 여자연예인이 쓰러지는 일은 흔하다. 그걸 받아들이는 우리도 익숙해진 것인지 별일 아닌 듯 이젠 고작 기사 몇 개로 지나가지만, 이러다 큰일이 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정상적인 몸무게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 보일 팔뚝살, 뱃살, 허벅지살이 마치 죄라도 되는냥 비하의 요소가 된다. 심지어 요즘엔 40대, 50대에게 까지도 그 기준을 들이민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주름, 살의 처짐 같은 것도 '관리'라는 명목하에 마치 사람을 인형처럼 소비한다.
백번 양보해서 연예인들은 보이는 게 직업이라 정상참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기준이 일반인에게까지 이어져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상관없이 연예인의 기준을 들이밀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마치 죄라도 지은냥 달려든다. 비단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가 여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요즘 여자아이돌들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 건 처음엔 모두 기획사의 지시인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런 몸을 유지하지 않으면 가장 열성적인 팬들부터 들고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하라며.
과연 그 팬들이 사랑한다는 존재는 현실에 실존하는 것인가? 만화캐릭터와 현실의 인간을 구분을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외모의 여자연예인이 카메라 앞에 서면 꽤 다수가 불편함을 느끼나 보다.
Cl, 화사, 김민하의 기사들엔 항상 '외모, 몸'과 관련된 댓글들이 주류다. 심지어 '외모나 몸매는 별로지만 매력 있다'라는 말을 칭찬이라며 던진다.
최근 화사가 활동을 준비하면서 급격한 다이어트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이어트 하나만으로 그가 여태 추구하던 방향 전체가 바뀌진 않겠지만 내가 그를 응원하던 이유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나라를 조금이라도 돌아다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람의 체형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물론 외국에서도 과체중인 사람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 경우가 있지만 '마른 몸'이 아니라고 해서 비난받거나 자기 비하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누가 봐도 과체중인 사람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면 그게 또 다른 매력포인트가 되곤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실 위에 언급한 셋은 과체중도 아닌 '정상'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너무 마른 몸의 환상에 갇힌 일부가 그들을 '비정상'으로 몰아갈 뿐이다.
다행히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모습이 그들을 더 특별하고, 더 멋지게 만든다.
물론, 고작 이 셋이 사회전체의 방향을 바꾸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다양화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연예인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들을 더욱더 열렬히 응원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