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내 마음을 꺼내 보이는 일이다. 문장을 시작하는 순간 나의 생각과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마치 낯선 곳에 첫 발을 내딛는 것처럼 두렵다. 매번 노트북을 열어 흰 화면을 마주할 때마다,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라는 걱정이 밀려온다.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 고민만 하다가 화면을 닫아버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매번 막막함과 두려움이 나를 막아선다.
어느 날 문득,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냥 말뿐일 거라 여겼던 이 말이 오늘은 어쩐지 다르게 다가왔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문장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라도, 그저 손을 움직여 보자는 결심을 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안했지만, 일단 첫 문장을 쓰고 나니 조금씩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서툰 단어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완벽하지 않은 문장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시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다시금 중간에 멈추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어느 부분이든 잘 안 풀리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더 큰 좌절감이 밀려온다.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도저히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만둘까’라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미 반이나 왔으니 나머지도 채워갈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도록 붙잡아 준다.
글이 조금씩 완성되어 갈 때면 작은 성취감이 밀려온다. 비록 모든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고, 수정할 부분도 많지만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점점 익숙해지며, 그 감정을 다루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렇게 쌓인 작은 성취감들이 점차 자신감으로 변해가며,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만들어 준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 시작할 때마다 고민과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안고 나아갈 용기가 생겼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시작이 주는 힘을 믿고 한 걸음씩 써 내려가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내 안의 목소리를 꺼내고, 세상에 내 생각을 전하는 이 길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