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정어머니께서는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말씀의 뜻이 조금씩 와닿기 시작했다. 손으로 곱게 거른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과, 거친 말을 억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말을 하는 것은 참 쉽지만, 그 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누구도 통제하기 어렵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돌이킬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이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심코 뱉은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적이 많았다.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에 새겨졌다.
어느 날, 직장 동료와 나누던 가벼운 대화가 불필요하게 길어지면서 작은 오해로 번진 적이 있다. 처음에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로 말이 길어지면서 감정이 섞였고, 결국 얼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상대방이 불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서, 내가 더 신중하게 말했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말을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경고가 실제 상황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말의 ‘필요와 적절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을 아끼고, 짧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상대방이 편안해할 정도의 적당한 길이와 내용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며, 대화가 부드럽고 즐거워졌다. 체에 곱게 친 밀가루가 부드러운 빵이 되는 것처럼, 고운 말로 이어지는 대화는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어머니의 말씀을 간직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 고운 말은 체에 걸러진 가루처럼 순수하고 부드럽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배울 수 있다. 말이 길어질수록 그 속에 감정이 섞여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