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 되면, 나는 어린 시절 고향의 무논에서 들리던 개구리 소리가 떠오른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은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곡 같았다. 작은 개구리 하나하나가 제각기 소리를 내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밤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내 어린 마음에 깊이 새겨져,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을 가르쳐 주었다.
개구리들의 노래는 결코 혼자 부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개구리들이 소리를 보탰고, 점점 커지는 합창은 마을 곳곳에 번져 나갔다. 그 풍경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느껴졌고, 모두가 소리로 마음을 나누는 듯한 그 순간은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그렇게 서로에게 작은 응답을 보내며,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고향의 밤을 떠올릴 때면, 지금 내가 사는 도시의 밤은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밤이 되면 도시의 소음은 잠잠해지지만, 그 고요함은 차갑고 무미건조하다. 고향의 밤처럼 따스한 생명들이 깨어 있는 소리가 없는 이곳에서는 종종 외로움이 밀려온다. 더불어 사는 삶의 온기가 없는 이곳의 밤은, 혼자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 도시의 밤과 달리, 그 봄밤은 생명들의 울음이 서로를 감싸주던 따뜻한 공간이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기쁨은 고향의 봄밤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었다. 개구리들이 서로의 소리에 응답하며 울던 모습에서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 사람도 자연도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비로소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꾼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소리를 내며 응답해 주는 그런 삶을 말이다.
고향의 개구리 소리가 그리울 때면, 나는 유튜브에서 그 소리를 찾아 듣곤 한다. 비록 녹화된 소리지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그리운 고향의 봄밤으로 돌아가, 개구리들의 교향곡 속에서 느꼈던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