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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nam 2시간전

나의  두 고향

     봄이 되면 고향의 풍경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은 늘 따스하고 포근했다. 산속에서 퍼지는 풀 내음, 마당 가득 피어나는 꽃들, 그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까지,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을 적셨다. 고향의 봄은 그저 계절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작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새싹이 돋고 봄꽃이 만발할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는 듯한 설렘을 느꼈다. 그 시절의 봄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고향의 길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길을 따라 걷는 순간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마당에서 오동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개구리 소리가 들려오는 그 봄은 일상 속에서 나를 품어 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 평화로운 봄날들을 떠나 도시로 가야만 했다. 고향에서의 그 봄은 점점 더 멀어져 갔고,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갔다.


     도시로 떠난 후, 고향의 봄은 나에게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살게 된 후, 그리움은 더욱 깊어졌다. 시카고의 봄은 고향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넓은 공원과 푸르른 잔디밭, 현대적인 건물들 속에서 나는 또 다른 형태의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고향에서 느꼈던 봄과는 다른 그리움을 자아냈다.


     고향의 봄은 나에게 단순한 계절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내가 성장했던 곳, 가족과 함께한 시간, 그리고 어릴 적 순수한 기억들이 담긴 공간이었다. 그 기억들은 마음속에 간직된 꽃씨처럼, 언제든지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 주었다. 시카고의 봄도 아름답지만, 나는 그리움 속에서 고향의 봄을 찾는다. 두 곳의 봄이 나에게 공존하며, 나는 그 속에서 내가 되어가고 있다. 고향과 도시, 그 두 봄의 길은 다르지만, 어느 쪽도 나를 떠날 수 없는 소중한 고향이다.


    그리움 속에서 나는 고향의 봄과 시카고의 봄을 함께 품고 살아간다. 그 두 봄은 각각 다른 색을 지니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선 한 계절로 이어져 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고향에서의 봄은 이제 더 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시카고의 봄과 함께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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