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성령 충만 바로 알기

어느 주일 저녁, 아버지와 중학생 아들 영광이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영광: 아빠, 저 오늘 예배 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 이상한 생각? 어떤?

영광: 목사님이 성령 충만하게 살라고 하셨는데… 저는 예수님은 알겠는데, 성령님은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성부, 성자, 성령 하면서 같이 부르는데, 성령님이 누구신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 영광아, 사실 아빠도 한동안 그랬어. 예수님은 복음서에서 생생하게 만나잖아. 그런데 성령님은 어디 계신지, 어떻게 일하시는지 잘 몰랐지. 오늘 같이 한번 얘기해 볼까?

영광: 좋아요! 성경에 성령님 얘기가 많아요?

아버지: 응, 창세기 첫 페이지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쭉 흐르고 있어. 구약부터 시작해 보자.


PART 1 — 성령으로 읽는 신구약 성경


1. 구약의 성령님: 역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아버지: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영'이 역사의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배경이 아니라 직접 역사를 이끄시는 주체로 말이야.

영광: 예를 들면요?

아버지: 제일 처음은 창세기 1장이야.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셨다'고 나오거든.

영광: 아, 천지창조 때요? 그 부분 배웠어요!

아버지: 맞아. 그리고 하나님이 말씀하시자 빛이 생기고 세상이 만들어지잖아. 영과 말씀이 함께 창조를 이루어 나간 거야. 성령님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역사에 깊이 함께하신 분이셔.

영광: 그 다음엔요?

아버지: 출애굽 때 홍해 갈라진 거 알지? 거기서도 성령님이 일하셨어. 출애굽기에 '바람'과 '기운'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히브리어로 '루아흐'야. 성령을 뜻하는 단어지.

영광: 홍해가 갈라진 게 성령님이 하신 거예요? 그냥 강한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 바람처럼 보여도 그게 하나님의 영의 역사였던 거지. 구원의 역사는 언제나 인간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으로 일어났어.

영광: 그럼 사사시대는요? 삼손이나 그런 사람들이요?

아버지: 그래, 사사기를 보면 '여호와의 영이 그에게 임하시매'라는 표현이 자주 나와. 옷니엘이라는 사사가 있었는데, 원래 이방인 출신이야. 그런데 성령이 임하시니까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사람이 된 거야.

영광: 출신이 달라도 괜찮았던 거네요.

아버지: 맞아. 성령님은 사람의 출신이나 배경을 안 보시거든. 그 한계를 성령님의 능력으로 채우신 거야. 왕정시대에도 사울, 다윗에게 기름을 부을 때 성령이 임하셔서 왕으로서의 자격을 인증해 주셨어.

영광: 그런데 사울은 나중에 왜 그렇게 됐어요? 다윗도 밧세바 사건이 있었고요.

아버지: 좋은 질문이야.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성령님이 임하셔도 사람이 불순종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거든. 그 전에 포로시대 얘기도 해야 해.

영광: 포로시대요? 다 망한 때요?

아버지: 응, 이스라엘이 바빌론에 끌려가고 다 끝난 것 같았던 시기야. 에스겔이라는 선지자에게 하나님이 환상을 보여주셨어. 뼈가 가득한 골짜기였는데, 마른 뼈들이 살아나는 환상이었지.


"사방에서 바람이여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에스겔 37:9)


영광: 오, 좀 무서운데요. 그런데 신기하다!

아버지: 여기서도 '바람' '생기'가 히브리어로 '루아흐', 즉 성령이야. 절망 속에서 생명을 불어넣으시는 분이 성령님이야. 그리고 요엘 선지자는 더 놀라운 예언을 했어.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요엘 2:28)


영광: 만민이요?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요?

아버지: 맞아. 성별도, 신분도, 나이도 관계없이 성령을 주시겠다는 거야. 이 예언이 나중에 오순절에 이루어지는 거지.


2. 신약의 성령님: 드디어 오셨다!

영광: 그럼 신약에서는 어떻게 돼요?

아버지: 구약이 '오실 성령님'을 바라봤다면, 신약은 '이미 오신 성령님'을 증언해. 예수님 자체가 성령으로 잉태되어 태어나셨거든.

영광: 아, 성탄절 이야기요!

아버지: 그렇지. 그리고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임하셨어. 공생애 내내 성령과 함께 사역하셨고.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어.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요한복음 16:7)


영광: 떠나가는 게 유익하다고요? 예수님이 계시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아버지: 영광이 생각에는 그렇게 보이지? 그런데 예수님이 육체로 계시면 한 장소에 한 명만 함께하실 수 있잖아. 성령님은 믿는 모든 사람 안에 동시에 계실 수 있거든. 오순절에 그게 이루어졌어.

영광: 오순절이요? 성경에 불이 나오는 그 장면이요?

아버지: 맞아. 120명이 모여 기도하는데 갑자기 강한 바람 소리가 나고, 불꽃 같은 것이 각 사람에게 임한 거야. 교회가 그렇게 탄생했어. 그리고 놀라운 일이 또 일어났어.

영광: 뭐가요?

아버지: 이방인들에게도 성령이 부어진 거야. 유대인 제자들이 크게 놀랐어. '어, 우리만 받는 거 아니었어?' 하고. 그런데 성령님은 처음부터 사람의 혈통이나 민족을 가리지 않으셨잖아.

영광: 아까 옷니엘 이야기에서요.

아버지: 바로 그거야. 성령님은 일관성 있으시지? 사람이 만든 벽을 허무시는 분이야.


3. 우리가 성령님을 잘 모르는 이유

영광: 근데 아빠, 저는 왜 교회에서 예수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성령님 얘기는 별로 못 들었을까요?

아버지: 아빠도 그게 안타까워. 많은 경우에 예수님의 구원 사역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성령님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기 쉬운 것 같아.

영광: 예수님 믿으면 다 된 거 아닌가요?

아버지: 예수님의 십자가로 구원받는 건 맞아. 그런데 구원이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거든. 새 생명을 얻었으면 그 생명이 자라야 하잖아. 그게 성령님의 역할이야.

영광: 음…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아버지: 운동 배우는 걸 생각해 봐. 이론만 계속 공부하면 실력이 늘어?

영광: 아니요, 직접 쳐봐야죠.

아버지: 그렇지. 코치의 지도 아래 몸으로 익혀야 하는 거야. 믿음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구원받은 게 아니잖아.

영광: 맞아요. 예수님이 해주신 거니까요.

아버지: 그러면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것도 우리 스스로 힘으로는 안 되는 거야. 구원받은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성령님께 의존해서 사는 존재야.


PART 2 — 성령의 내주, 성령세례, 성령충만


영광: 아빠, 근데 교회에서 보면 '성령세례'니 '성령충만'이니 하는 말들이 있던데, 다 같은 거예요?

아버지: 오, 좋은 질문! 이건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야.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어.

영광: 어떻게요?


1. 개혁주의 입장

아버지: 먼저 개혁주의 입장은, 성령의 내주와 성령세례가 구원받는 순간에 함께 일어난다고 봐. 예수님을 믿고 회개하는 그 순간 성령이 그 사람 안에 오셔서 교회에 연합시켜 주신다는 거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고린도전서 12:13)


영광: 그럼 예수님 믿으면 자동으로 성령을 받는 거네요?

아버지: 이 입장에서는 그래. 그리고 성령충만은 구원 이후에 날마다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상태야. 한 번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채워지는 거지. 신자가 무기력하게 사는 이유는 이미 내주하시는 성령님께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


2. 은사주의 입장

영광: 다른 입장은요?

아버지: 은사주의 입장은 세 가지를 명확하게 나눠. 성령의 내주는 구원받을 때, 성령세례는 그 이후에 별도로 강력하게 체험하는 것, 성령충만은 그 능력을 계속 유지하는 상태야.

영광: 그럼 구원받았어도 성령세례를 따로 받아야 해요?

아버지: 이 입장은 그렇게 봐. 사도행전에 이미 믿고 세례도 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안수를 통해 성령을 받는 장면들을 근거로 들거든.

영광: 어느 쪽이 맞아요?

아버지: 성경은 분명히 말해. '성령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예수를 주라 할 수 없다'고.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성령님이 이미 계신 거야.

영광: 그럼 우리가 물어야 할 진짜 질문은 뭐예요?

아버지: '나는 성령님의 열매를 맺으며 살고 있는가?' 그거야. 용어 싸움보다 실제 삶이 중요한거지.


3. 왜 우리는 성령충만하지 못할까?

영광: 근데 성령님이 채우길 원하시는데, 왜 우리는 충만하지 못할까요?

아버지: 에베소서에 두 가지 힌트가 있어.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

영광: 성령님이 근심하신다고요? 슬퍼하실 수 있어요?

아버지: 놀랍게도 성령님은 우리의 행동으로 영향을 받으시는 분이야. 그 이유는 성령님은 인격적인 분이시기 때문이야. 우리가 죄와 불순종 가운데 살면 근심하시는 거야. 억지로 우리를 지배하지 않으시니까, 우리 마음이 닫혀 있으면 충만하게 역사하실 수가 없어.

영광: 그럼 성령충만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버지: 죄로부터 떠나 말씀에 순종하는 거야. 예수님이 말씀하셨어.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라고. 그리고 여호수아서에도 이런 말씀이 있어.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여호수아 1:8)


영광: 묵상만 하면 안 되고 행해야 하는 거네요.

아버지: 맞아. 성령충만은 삶을 통해 나타나거든. 날마다 성령의 열매를 맺어가는 삶, 그게 구원받은 우리의 목표야.


PART 3 — 성령충만의 열매: 사랑


1. 성령의 열매는 하나

영광: 갈라디아서에 성령의 열매 아홉 가지 있잖아요. 사랑, 희락, 화평… 다 달성해야 해요?

아버지: 재미있는 게 있어.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육체의 일'을 얘기할 때는 복수형을 썼거든. 그런데 '성령의 열매'는 단수형으로 썼어.

영광: 단수요? 왜요?

아버지: 아홉 가지가 따로따로 독립된 게 아니라, 하나의 열매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거라는 거야. 그 하나의 뿌리가 바로 '사랑'이야.

영광: 사랑이 다 포함하는 거예요?

아버지: 고린도전서 13장을 봐봐.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이게 다 성령의 열매 목록이랑 겹치지?

영광: 어, 그러네요! 희락, 화평, 오래참음… 사랑 안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내가 잘하는 덕목만 골라서 맺는 게 아니라, 사랑을 중심으로 인격 전체가 변화되어야 하는 거야.


2. 사랑 없는 신앙? — 요나와 다윗

영광: 그런데 아빠, 하나님을 믿으면서 사랑이 없을 수가 있어요? 그게 말이 돼요?

아버지: 성경이 정면으로 그 불편한 질문을 다루고 있어. 요나를 생각해 봐.

영광: 고래 뱃속에 들어간 요나요?

아버지: 응. 하나님이 니느웨로 가라 하셨는데 요나가 반대 방향으로 도망갔잖아. 폭풍이 치고 선원들이 제비 뽑으니까 요나가 걸렸어. 선원들이 '너 도대체 누구야?' 하고 물었더니 뭐라고 했는지 알아?

영광: 뭐라고요?

아버지: '나는 히브리 사람이요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라'고 했어.

영광: 와, 신앙고백은 완벽한데요?

아버지: 그렇지? 그런데 삶은 정반대였어. 니느웨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전혀 없었거든. 하나님에 대한 고백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완전히 분리된 거야.

영광: 그게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어요?

아버지: 다윗 얘기도 해줘야겠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성경이 기록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어느 날 밧세바를 보고 죄를 저질렀어. 그걸 덮으려고 충성스러운 군인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 만들었지.

영광: 다윗이 그런 짓을 했어요?

아버지: 응. 하나님을 너무나 잘 알고, 수많은 시편을 쓴 예배자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하나님에 대한 고백과 이웃 사랑이 완전히 분리돼 버린 거야.

영광: 충격적이다…

아버지: 물론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회개를 했지만, 잘못된 삶에서 돌이키지 않으면 나중에 뜻밖의 심판을 받을 수 있어. 실제로 예수님이 마태복음 25장에서 무서운 말씀을 하셨어. 마지막 날에 어떤 사람들이 '주여 주여' 하면서 주님을 안다고 하는데, 예수님이 '나는 너희를 모른다'고 하시는 거야.

영광: 왜요? 예수님을 믿었는데요.

아버지: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을 외면했기 때문이야. 믿음의 고백이 있어도 사랑의 실천이 없으면 예수님이 모른다고 하시는 거야.

영광: 그럼 놀라운 능력을 행한 사람들은 괜찮은가요?

아버지: 마태복음 7장을 보면, 주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고 귀신도 쫓아냈다는 사람들한테 예수님이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하셔. 그러면서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고 하시지.

영광: 아, 그럼 제일 중요한 게 열매네요.

아버지: 맞아. 그래서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해. '나의 신앙고백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PART 4 — 필레오의 한계를 넘어 아가페로


1. 세 가지 사랑: 에로스, 필레오, 아가페

영광: 그런데 아빠, 남들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며 사는 삶, 너무 어렵지 않아요?

아버지: 맞아, 그리스어에는 사랑을 구분하는 단어가 여러 개 있어. 에로스는 남녀 사이의 낭만적인 사랑이야. 근데 본질은 '내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이야. 상대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니까 사랑하는, 조건부 사랑이지.

영광: 그럼 필레오는요?

아버지: 필레오는 친구 사이의 우정이야. 에로스보다 훨씬 고상하고 인격적이야. '네가 나를 좋아하니 나도 좋아한다'는 상호적인 사랑이지. 마음이 통하고 정서적 교감이 있을 때 생기는 사랑.

영광: 그럼 아가페는요?

아버지: 아가페는 하나님의 사랑이야. 조건 없이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 상대가 어떻든 상관없이 의지적으로 사랑하기로 결단하는 것.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바로 그 사랑이야.

영광: 아, 그게 제일 어려운 거네요.


2.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

아버지: 요한복음 21장에 아주 감동적인 장면이 있어.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디베랴 호숫가에서 베드로를 만나셨어.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사람이잖아.

영광: 맞아요. 그 장면 너무 마음 아팠어요.

아버지: 예수님이 아침밥을 먹고 나서 베드로한테 세 번 물으셨어.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영광: 세 번이나요? 부인한 게 세 번이라서 그런가요?

아버지: 그런 의미도 있지. 그런데 원문 헬라어를 보면 더 깊은 게 있어. 예수님이 처음 두 번은 '아가파오, 즉 아가페로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어.

영광: '나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그 사랑으로 사랑하느냐?'는 뜻이요?

아버지: 정확해. 과거 베드로였으면 '당연하죠! 저는 절대 안 버립니다!'라고 했겠지. 그런데 이번에 베드로는 달라.

영광: 뭐라고 했어요?

아버지: '주님, 제가 주님을 필레오 하는 줄 주님이 아시잖아요.' 아가페라고 대답하지 못한 거야.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으니까.

영광: 아, '저는 그냥 친구처럼 좋아하는 정도예요'라고 솔직하게 말한 거네요.

아버지: 정확해. 그런데 세 번째에서 예수님이 달라지셨어. 예수님도 '필레오 하느냐?'로 낮추셔서 물으신 거야.

영광: 예수님이 베드로 눈높이에 맞춰주신 거요?

아버지: 그렇지. '지금 네가 그 정도밖에 못 해도, 나는 그 마음을 받겠다'는 거야. 베드로가 세 번째에 근심한 건 주님이 자신의 낮은 수준까지 내려오신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받아주시는 사랑에 마음이 찔렸기 때문이었을 거야.

영광: 감동적이다…


3. 필레오에서 아가페로: 성령의 역사

아버지: 그런데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아. 예수님이 18절에서 베드로의 미래를 예언하셨어.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요한복음 21:18)


영광: 이게 무슨 뜻이에요?

아버지: 베드로가 훗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게 될 거라는 예언이야. 지금은 필레오라고밖에 못 하지만, 성령이 임하면 목숨을 바치는 아가페의 사람이 되리라는 약속이지.

영광: 실제로 그렇게 됐어요?

아버지: 응. 오순절 이후 베드로는 완전히 달라졌어.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사람이,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고 결국 순교했어. 필레오가 아가페로 변화된 거야. 그게 성령충만의 결과야.

영광: 그럼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아버지: 영광아, 지금 네가 '저는 이 정도밖에 못 해요'라고 느껴도 괜찮아. 주님은 우리 눈높이에 맞춰 찾아오셔. 그리고 거기 두지 않으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빚어가시거든.

영광: 그게 성령충만이 중요한 이유군요.

아버지: 맞아. 필레오를 아가페로 승화시키는 것, 그게 성령충만이 우리 삶에 만들어내는 변화야. 이 사랑은 결심으로 얻어지지 않아. 성령님이 우리를 채우실 때, 우리가 감히 품을 수 없었던 사랑이 흘러나오기 시작해.


에필로그: 지금 우리 안에 계신 분


영광: 아빠, 오늘 많이 배웠어요. 성령님이 창세기부터 계셨고, 지금 우리 안에도 계신다는 거… 신기하고 감사한 것 같아요.

아버지: 그렇지? 홍해를 가르던 구원의 영, 마른 뼈에 생기 불어넣던 회복의 영, 오순절에 강림하신 그 성령님이 지금 우리 안에 계셔.

영광: 근데 저는 솔직히 성령님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돼요?

아버지: 억지로 느낌을 만들려 하지 않아도 돼. 세 가지를 기억해.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 것, 성령을 소멸하지 말 것, 날마다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을 것. 이게 에베소서가 우리한테 하는 말이야.

영광: 근심하게 하지 않으려면 죄로부터 떠나야 하는 거고, 충만함을 받으려면 말씀에 순종하고 기도해야 하는 거죠?

아버지: 영광이 이제 다 이해했네! 성령충만은 특별한 사람만 누리는 신비 체험이 아니야. 죄로부터 돌이키고, 말씀에 순종하고, 기도로 나아갈 때 성령님은 우리를 채우기를 기다리고 계셔.

영광: 아빠,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성령님이 더 원하신다고 했잖아요. 그게 위로가 돼요.

아버지: 맞아. 태초에 혼돈과 공허 위를 운행하시던 그 성령님이, 지금 우리의 혼돈스럽고 공허한 마음 위에서도 운행하고 계셔. 빛이 생겨나고 생명이 움트기를 기다리시면서.


그날 밤 아버지와 영광이는 함께 짧게 기도했습니다.

"성령님, 저희 안에 계심을 감사합니다. 저희를 근심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아가페의 사랑에 이를 수 있도록 변화시켜 주소서. 아멘."


※Part 1은 한사무엘 박사님의 신대원 영성수련회 특강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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