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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안녕 Dec 12. 2024

그 남자의 거짓말

(양치기의 no양심 로맨스) 2편

B의 전처는 분명 한국 사람인데, 소장 앞면에 적힌 원고의 이름은 E로 시작하는 외국인의 이름이었습니다. A는 떨리는 손으로 소장을 넘겼습니다. 


‘E는 B와 2017.경 혼인신고를 하였고, 슬하에 두 자녀가 태어났다’라는 내용이 A의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B는 전처와 10년 전에 헤어졌다고 했고, B의 자녀들은 이미 중학생이어서 A가 알고 있는 사실과 소장에 적인 내용은 너무 달랐습니다. A는 소장을 빠르게 넘기며 내용을 훑은 뒤, 첨부된 증거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문서는 E가 제출한 혼인관계증명서였습니다. E의 배우자로 B의 이름 석자가 올라가 있었고, 혼인신고일은 A가 B와 교제를 시작한 직후였습니다. E는 A와 B가 주고받았던 은밀한 메시지와 B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A의 사진을 A와 B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로 제출했고, A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A는 다급히 B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B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곧바로 집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고, A가 재촉하자 두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아버지와 삼촌을 앞세워 A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B의 아버지는 A에게 사정이 있다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B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B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B는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A와 연인이 되기 전에 외국인 여성인 E를 만났습니다. E는 적극적으로 B에게 접근했는데, 계속 A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B는 E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가 E와 관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B가 A에게 구애할 무렵, E는 임신한 채로 B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A는 B와 연인이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B는 임신한 E의 요구에 따라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B의 부모님은 외국인인 며느리 E가 마음에 차지 않았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난 두 아이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새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 때마침 B는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A를 소개했고, B의 부모님은 B가 E와 이혼하고 A와 재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사실을 함구했던 것입니다. 


B는 셋째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인신고는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A라며 울부짖었고, E와 해결을 보겠다면서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B의 아버지와 삼촌은 B의 뒤를 따라 나갔고, 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A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덩그러니 앉아 멍하니 소장을 뒤적이던 A는 B와 E 사이에 셋째 이후에 또 다른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 아이는 A가 B와의 재혼을 생각하던 지난해에 태어난 B의 넷째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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