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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안녕 Dec 15. 2024

너한텐 한 푼도 못 줘

(짠돌이 남편의 최후) 1편

아내는 지인의 소개로 사업가라는 남편을 만났습니다. 눈에 띄는 미모의 아내에게 반했던 남편은 적극적으로 아내에게 구애했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내 눈에는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남편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고, 아내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순탄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시가에서는 두 사람이 결혼하면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마련해주겠다고 했고, 결혼 적령기였던 아내는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남편과 짧은 연애 끝에 결혼 날짜를 잡았고, 그 지역에서는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한 예식장에서 누구나 부러워 할만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정신없는 예식을 마치고 호텔 룸에 들어가자마자 남편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남편은 주식 차트를 읽을 줄도 모르는 아내에게 자신의 주식 잔고를 보여주며, ‘이제부터 우리의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철저한 경제 관념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이 행동이 불행의 서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아파트에 혼수를 채워서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던 시댁에서는 말을 바꿨습니다. 시부모님은 아내에게 조만간 아파트를 마련해 줄테니 한 달간만 시가에서 머무르라고 했고, 아내의 친정은 방이 두 개뿐이어서 아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자꾸 오르기 시작했고, 아내는 몇 달이고 시댁에서 합가 아닌 합가의 상태로 지냈습니다. 결혼한 지 1년이 가까웠을 때, 아내는 임신했고, 그때서야 시부모님은 전세로 아파트를 구해주었습니다. 비록 처음 약속했던 자가는 아니었지만, 시댁에서 불편하게 지내던 아내는 그나마도 감지덕지하자는 생각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분가한 아내는 행복했으나, 남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가 지수가 내려가자, 남편은 시댁에 얹혀살 때는 들어가지 않았던 관리비, 생활비 등의 지출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매월 100만 원의 생활비를 주면서도 아내에게 주는 생활비를 아까워하며 돈 타령을 멈추지 않았고, 아내는 임신한 이후,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도 남편의 심한 반대로 맞벌이를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업무 특성상 서 있는 일이 많았던 아내는 결국 조산했고, 출산 휴가를 마치고 곧 퇴사했습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은 3대 독자가 달 수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났다고 아쉬워했은 뿐, 아내의 고통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아이의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두어 수입이 없는데도 생활비를 늘려주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6개월 동안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고, 마침내 퇴직금마저 헐어 생활비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당시 돈이 없어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특별히 어려워진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남편은 시댁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기까지 했습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은 이유는 오직 ‘현금이 없다’는 것이었고, 남편에게 현금이 없었던 이유는 돈을 버는 족족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돈에만 관심이 쏠려있던 남편은 처음에는 아내의 청약통장으로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긴 뒤 분양권을 매각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청약통장을 사용한 만큼, 남편이 얼마라도 챙겨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남편은 분양권을 매각하고 받은 돈을 전부 재투자 하겠다면서 아내의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은 옆 지역의 아파트가 오른다는 말을 듣고, 아내의 친정 모친, 즉 장모님의 청약통장을 빌려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 직후 정부 정책으로 분양권을 매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분양권 매각을 목적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며, 아내는 남편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희망을 접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적은 생활비를 받고, 퇴직금을 조금씩 쓰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고,남편은 돈을 벌겠다는 아내의 의지에 기뻐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응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응원만 했을 뿐 생활비를 더 주지는 않았고, 아내가  첫 시험에서 낙방하자 남편은 ‘절실함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라면서 아내를 비난했습니다. 아내는 이듬해 두 번째 시험에 합격했고, 남편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아내는 합격자 명단을 본 순간 더는 남편을 인생의 동반자로 믿고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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