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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수천자(폐에 고인 물 빼기)

(유방암 4기:Life goes on 10)

by 우유강

병원에는 1주 만에. 선생님 대면은 4주 만에.

1주 전에는 CT촬영.

어제 그리고 오늘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휠체어를 타고 (꼬숨 탔죠~~ 어릴 때 썼던 말인데 맞나 모르겠네요. 뭔가 재미있는 걸 탈 때 썼던 말인 거 같은데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 다녔네요.

호흡이 많이 가빠져서 조금만 걸어도 헥헥거리니 아들이 기어이 휠체어에 앉힙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그거 있잖아요.

걸어 다니는 것보다 유모차에 앉아 있을 때가 훨씬 안심됐던 거...


교수님을 보기 전에 의무기록사본 발행처에 가서 CT영상 검사 결과를 받아서 미리 봤습니다.

"어디에 쓰실 건가요?"

" 제가 그냥 보려고요."

"의학용어인데 알아보세요?"

"요샌 번역기가 좋아서 대충 알겠더라고요. 선생님들 진료시간이 너무 짧아서 CT영상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없으니까 제가 보고 궁금한 거 확인하면 될 거 같아서요."


쪼매난 할매가 의학용어가 난무하는 영상판독기록을 받아가니 조금 의아했나봅니다.


CT영상 검사 결과는 뭐. 상상했던 것 그대로였어요.

CT 영상검사 결과(흉부)

뭐 죄다 늘어나고 커지고 추가되고... 한마디로 종양 부담(신체 내의 종양의 전체적인 총량)이 증가된 상태였죠.

여기저기 막에 씨뿌려진듯 작은 종양들이 흩뿌려져있는게 보이나 봅니다.


시간이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니 휠체어를 타고 들어간 저를 보고 선생님이 숨이 많이 차느냐고 여쭤보셨어요.

x-ray상 왼쪽 폐 아랫부분 거의 다, 전체의 40% 정도가 하얗게 보였어요.


결국, 파슬로덱스 주사는 중단되었습니다.

종양이 조금이라도 커지면 복용하거나 맞던 약, 주사 등이 바로 중단됩니다.


선생님은 젤루다(세포독성 항암제)를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폐에 찬 물(흉수)을 빼는 흉수천자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셨어요.

흉수천자는 예약에 의해 하루 후, 바로 오늘 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며칠 째 밤에 잠을 못 자고 있었어요.

왼쪽 등 날갯죽지 아래쪽에 [도깨비]의 김신장군도 아닌데 마치 창이라도 꽂힌 듯한 통증이 어두운 밤만 되면 사정없이 찾아와 밤새 저를 찌르고 있었거든요.

거기만 아픈 건 아니고요.

통에 갇힌 해적아저씨 알죠?

칼 맞는 해적 통아저씨

여기저기 플라스틱 칼로 폭폭 찔러 넣으면 누군가 한 사람이 해적 아저씨를 통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게임이요.

통에 갇힌 해적할머니가 된 것처럼

누군가 여기저기 폭폭 찔러대는 통증이 밤만 되면 도깨비처럼 찾아옵니다.

등의 통증은 누우면 더 심해져서 이삼일 전부터 앉아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혹시나 췌장 전이? 를 혼자 의심해 보지만 아들은 흉수 때문일 거라고 흉수를 빼면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보더라고요.


통증이 오면 저는 공연히 염주를 손에 감고 참회기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기도의 시작은 참회라고 생각하기에

저의 부족함을 참회합니다.

저의 게으름을 참회합니다.

저의 집착을 참회합니다 하고 사뭇 진지하게 참회하다 보면 사실 다섯 번의 참회도 못 하고 졸게 되니 통증을 잊기 위해 잠을 청한다면 참회기도가 최고가 아닌가.... ㅋ


오늘 흉수천자는 어땠냐고요?

1,100ml 정도의 노랗고 그다지 탁하지 않은 흉수가 나왔답니다.

아들은 또 열심히 검색을 해서 색과 탁도가 나쁘지 않다고 위로를 해줍니다.

근데 어떻게 그 작은 갈비뼈 안에 1L 가까운 물이 들어있을 수 있느냐고 어이없어합니다.

흉수는 폐의 등 쪽으로 가득 차 올라오고 있었는데 폐가 짜부가 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첨엔 숨 쉬는 게 좋아지더니 나중엔 오히려 숨이 차고 결리는 통증에 공포감까지 느껴져서 고만할래요.라고 소리쳤답니다.

겁이 되게 많죠.


흉수에 눌려 짜부라져 있던 폐포들이 조금씩 제 모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늑골에 쥐라도 난 듯 뻐근하고 숨도 잘 안쉬어지고 ...

뭐든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면 고통을 참아야하는 과정이 또 필요한가 봅니다.



저 다음으로 어떤 아저씨도 흉수인지 복수인지 빼고 오셨는데 그분은 무려 3L(1L 3병)를 뽑아내셨더라고요


지난해 아버지의 뇌척수액을 허리 척추 쪽으로 주삿바늘을 넣어 뇌를 짓누르고 있던 물을 뽑는 걸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물을 뽑지 않으면 뇌가 짓눌려서 심각한 사태(쓰러지거나 아무것도 인지를 못하거나 등등)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서둘러했거든요...

몸속에 물이 왜 여기저기 생겨서 고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심장의 흉수도 아직 남아있는데

그건 애매해서 손댈 수 없다고 합니다.


복부 영상 검사 결과

5번 척추에 R/O 전이의 원형골경화성 병변이 1.5CM 나타남.

쇄골에도 뭐가가 두툼하게 생겼는데 아마도 뼈전이의 시작인거 같아요.

췌장에 다발성 작은 낭종 병변이 복잡하게 나타남(1.5cm 이하)= 이건 생긴 지 오래되었어요.

간전이 안보임, 간 s8에 작은 낭종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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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통증이 췌장 전이라든가 그런 원인은 아닌가 봐요.



그럼 흉수를 빼고 온 지금은 어떠냐고요.

집에 네시쯤 들어와서 기절하듯 쓰러져서 누웠는데 으아악~~ 여전한 도깨비 칼 꿰뚫은 듯한 통증.

김신! 그대 미간이 왜 그렇게 주름져 있었는지 알 거 같다는......


처방받은 진통제가 늘었어요.

병원 가기 전에 코데인 하루 4번, 두 번은 두 알씩 먹고 나머지 두번은 한알씩, 거기에 타이레놀까지 300mg(600mg 반 쪼개서) 두 번 복용.

그래도 아프다 호소했는데 처방해 주신 약은


인산코데인 20mg은 하루 3번 1알씩,

12시간 지속형 옥시콘틴서방정 10mg 하루 2알.

속효성 1일 4회까지 그러나 아플 때만 먹으라는 아이알코돈정 5mg


어젯밤에는 처방받은 대로 진통제를 다 퍼 먹었는데 효과...... 없었어요.

그냥 계속 아팠어요.

속효성 진통제는 아예 기별도 안오더라고요..

오늘은 그래서 여전히 잠자야 하는 밤이 무섭네요....

오늘도 앉아서 자야 하는 건지 어떨지....


[미리의 시간]은 힘이 닿는 대로 문고판 사이즈로 정리 중입니다.

사실 일주일 넘게 손도 못 대고 있어요.


정리를 해놔야 출간을 맡길 수 있겠지요...

책이 나올 수 있기를 여전히 고대합니다.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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