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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흙냄새래

by 박바림


밖에 비가 오나.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가 생각했다. 쿰쿰한 냄새가 가득 들어찼다. 우리가 아는 비 냄새는 흙냄새래. 어느 날 그가 말했었다. 비가 오고 난 뒤 증발하면서, 흙에 묻은 냄새를 공기 중에 끌어온다고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입자를 상상한다. 공기를 밟거나 꾹 누르며 느긋하게 떠다닐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하늘로 오르기 전 무언가를 그렇게도 문지르나 보다. 오랜 벽돌의 묵은 때를, 사람들이 시멘트 계단에서 발을 구르며 흘린 흙먼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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