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마땅히 개선해야 할 단점처럼 들렸다. 얼굴이 가무잡잡한가, 생기가 없나. 푸릇한 봄이나 여름과 달리 마르고 쌉쌀한 계절이니까. 평소에 음울해 보이나, 갈대마냥 축 쳐져있나.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런 뜻은 아닌 것 같다.
하늘이 맑은 낮이었다. 얼굴이 희게 혹은 붉게 익도록 만드는 여름 햇볕과 달리, 사람들의 피부와 옷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은행나무는 색종이를 두른 듯 살랑거렸다. 바람이 조금 거세지면 잎을 바닥에 한껏 털어냈다. 덕분에 평범한 골목길이 폭죽을 터뜨린 듯 화사했다. 바삭하게 마른 낙엽들이 자동차를 따라 굴렀다. 시원한 냄새가 났다.
햇볕이 있었지만 그늘도 있었다. 그 그늘에서 곧 다가올 추위를 짐작했다. 이번 겨울도 춥겠구나. 다시 볕에 닿았을 땐 가을이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그저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노란 햇볕이 길과, 낙엽과, 사람을 데우고 있었다.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그제야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누군가 내게서 가을을 떠올린다면 이런 마음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