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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바라보기 힘들 때가 있다.

by 박바림


곱게 화장을 하고 꽃을 들고 있었다. 엄마는 그 모습을 남기고 싶었는지 홀로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보냈다.


입술은 빨갛고 피부는 희다. 어쩌면 허옇다가 맞을까.

머리는 회색빛으로 샜다. 눈에는 내가 모르던 주름들이 많이 보였다. 표정도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웃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순간 마녀 같다고 생각했다. 그와 나 사이의 간극이 순식간에 벌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 어둑한 틈에 빠질 것만 같아서 곧장 휴대폰을 덮었다. 한숨이 툭 튀어나왔다.


엄마를 바라보기 힘들 때가 있다. 외면하고 싶은 걸 알게 된다. 언젠가 늙는다. 언젠가 나이가 든다. 언젠가 이 사람이 먼저 떠난다. 나도 떠난다. 그래서 엄마가 올린 사진을 고운 마음으로 오래 들여다보진 못한다. 몇 초 보다가 저장을 누르고 바로 닫는다. 그렇게 눌러두지 않으면 영영 멀어질 것 같았다. 어릴 적 기억하던 엄마가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하지 못하게 덮어두고 싶었다.


시간이 만남에서 헤어짐을 향해 기울어간다. 그럼에도 놓쳐버리는 건 싫었다. 작게 숨을 내쉬고 사진을 흘끔 열었다. 다시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속에 여전히 반짝이는 눈동자가 있었다. 크게 뜬 눈, 상대에게 미소를 주기 위해 양 뺨을 기꺼이 구긴 주름, 붉게 그을린 눈꼬리와 빨갛게 칠한 입술이 보였다. 양 끝이 둥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질리지도 않고 늘 보고 싶어 했던 웃음이었다.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었지. 얄상한 체구에 참한 얼굴과 달리 조금은 억세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지. 투박한 사진을 보며 답장을 남겼다.


우리 엄마 여전히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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