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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페이지에 매일 새긴 강연가의 꿈

중년여성성장기-3부4장

by 지식농부


광대뼈에 새겨진 도전의 훈장, 자전거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천국입니다. 시내와 공원, 심지어 둑방길까지 자전거 도로가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죠. 그런 좋은 조건도 나에겐 높은 산과 같았습니다. 10대 시절 사촌 남동생에게 배우려다 실패한 후, 1996년 지중해의 휴양섬인 이비사섬 여행에서 남편은 자전거로 섬을 둘러보자고 했지만 내가 자전거를 타지 못해 아름다운 풍경을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네덜란드 이사를 앞두고 찾아보니 자전거 강습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레슨을 받았지만 연습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로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아들둘은 학교가기 위해 자전거를 샀습니다. 제 자전거도 같이 사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집 근처 큰 호수로 향했습니다. 사건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앞에서 달려오는 큰 개를 피하려다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제때 잡지 못했고, 아스팔트 위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1M만 더 갔으면 호수에 쳐박힐 뻔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그 사고로 광대뼈 부분이 깎였고, 그때 생긴 검은 점은 지금까지도 제 얼굴에 훈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피부과에서 아무리 지워도 다시 피어오르는 그 점을 보며, 저는 낯선 땅에서 온몸으로 부딪쳤던 제 용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캔버스에 투영한 자아와 소에 대한 애착


스페인에서 유화를 만났듯, 네덜란드에서도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남편의 발령으로 함께 로테르담에 온 한국인 지인과 호숫가 화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부부 사이의 갈등과 외로움을 강렬하고 눈에 띄는 색채로 캔버스에 쏟아냈습니다. 마치 억눌린 감정의 찌꺼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처절한 몸부림 같았습니다.


반면 저는 네덜란드 화가의 포스터에서 본 소를 따라 그렸습니다. 캔버스 위에 소를 채워 넣으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고향 고성에서 소를 몰던 소녀 시절부터 제 안에는 소에 대한 깊은 애착이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림은 말보다 더 솔직하게 제 내면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소그림.jpg 로테르담에서 그림을 따라 그렸던 소그림- 박경옥작가 자서전쓰기

매일 아침 30분, 100일간의 기적: 모닝페이지


그림과 더불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모닝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명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내로 살다 이혼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창조성의 꽃을 피운 그녀의 서사는 제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당시 제 남편은 임원으로 진급했고, 저는 소위 말하는 임원 사모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 뒤에서 정작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전업주부로서 남편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현실이 싫었고, 나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갈망은 타올랐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30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적어 내려가는 100일간의 여정. 오로지 나만을 위한 그 기록 속에서 저는 매일 반복되는 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강연가가 될 거야.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 여의도에서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것처럼, 나도 30만 명 앞에서 강연하는 사람이 될 거야. 찌질했던 진차이에서 원대한 꿈을 꾸는 자로


전업주부의 몽상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 꿈을 쓰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100일간의 자기성찰은 한국으로 돌아와 제 창의성을 꽃피우는 단단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굳이 태어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았던 찌질한 아이 진차이에서, 이제는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엄마와의 불통, 놀 줄 몰랐던 10대, 가난에 쪼들렸던 20대의 우울함이 글쓰기를 통해 씻겨 내려갔습니다. 40대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경제적 독립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답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아침 공기 속에서 적어 내려간 모닝페이지는 지금의 작가 박경옥을 만든 가장 강력한 창조적 마중물이었습니다.


오늘의 성찰 질문

Q1:당신의 신체나 마음에 남은 흉터 중, 당신의 도전이나 용기를 상징하는 '훈장' 같은 것이 있나요? 그 흔적을 볼 때마다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Q2:남편, 아내, 부모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오직 '나 자신'으로만 마주했을 때, 당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고 있는 꿈의 문장은 무엇인가요?

Q3: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당신만의 일기장에 100일 동안 매일 같은 문장을 적는다면, 당신은 어떤 미래를 선언하고 싶나요? 그 꿈이 당신의 현재를 어떻게 버티게 하나요?


3부. 평촌에서 대치동으로

모닝페이지에 매일 새긴 강연가의 꿈

이었습니다.

#모닝페이지 #일기장 #전업주부 #창의성


*빌리그레함 목사: 20세기 최고의 전도자, 영향력 있는 기독교 목회자.185개국에서 전도집회 개최. 누구든지 이해하고 감동받기 쉽게 설교함. 1984년 한국선교100주년 기념대회로 여의도에서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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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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