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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퐁 Nov 21. 2024

버킷림프종 진단받기 전(1)

2024.10.13 응급실 방문


 평범한 하루. 내 남편은 항해사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n개월간 배를 타고 2024.10.10 하선하여 집에 왔다.

 육아에 지친 터라 남편이 오면 내 독박육아도 끝이 나겠구나 싶어 밖에서 나가 놀 생각에 한껏 들떴었던 것 같다.


 근데 집에 온 남편의 상태가 이상했다. 한껏 살을 찌워 배를 탔던 터라 8킬로가 빠진 건 뭐 그럴 수 있다 생각했는데 살 빠진 것에 비해 배가 빵빵하게 튀어나와 있는 상태랄까..?


 2024.9.29부터 카톡으로 배가 약간 불편하다는 얘길 들었었고 설사도 약간 한다길래 장염이겠지? 싶었는데 직접 보니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갖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모두 동원하여 왜 그런지 추론해 보았다. 복수? 배가 복수양상은 아닌 것 같은데? 장염이 오래돼서 장천공이 생겼나? 근데 복통이 심하진 않은걸? 배는 왜 이렇게 빵빵한 거야? 머리를 한참 굴리는데도 답이 안 나왔다.


 남편은 요 며칠간 변을 시원하게 못 봤다며 변이 잘 나온다고 소문난 요구르트만 연신 먹어댔고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xray라도 찍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2024.10.11 근처내과에 보냈다.

 내과선생님은 청진만 하고는 ‘장염 때문에 가스가 찼네요.’라는 말과 함께 항생제와 위보호제 같은 것들은 처방해 주었다.


 포카리스웨트만 연신 먹으며 증상이 좀 호전되길 기다렸는데 날이 갈수록 기력도 없어지고 밤에 땀을 뻘뻘 흘리는 남편이 걱정되어 응급실도 가보자고 했지만 남편은 약 먹으면 나아질 거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사실 완강히 거부해도 끌고 가면 될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은 건 내 마음 한편에도 ‘그래.. 약 먹으면 낫겠지.. 별거 아닐 거야..’라는 생각이..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아픈데 담배를 꼬박꼬박 피우러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며 ‘그렇게 아프진 않은가 보네?’하는 마음도 있었다.


 2024.11.13 약을 챙겨 먹는데도 남편이 나아지질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친정엄마, 아빠를 불러 애기를 맡기고 응급실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별거 아니겠지? 장천공이면 수술하면 되지’라는 생각정도만 들었다. 암은 정말 가능성 후보에도 두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불과 작년에 머리 MRA부터 복부, 가슴 조영제 CT까지 검진을 했었고 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응급실 도착해서 피검사를 했고 복부 조영제 CT검사를 진행했다.

 근데.. CT를 전혀 볼 줄 모르는 내가 봐도 CT가 너무 이상했다. 뭔가가 복부전체에 덕지덕지 있어서 장기가 안 보이는 느낌? 처음엔 free air가 보인다며 장천공이 의심돼서 응급외과에 연락이 됐다. (장 안에는 공기가 존재할 수 있지만 장 바깥에는 공기가 보이면 안 된다. 근데 공기가 보인다는 건 장 안에 있는 공기가 밖으로 나왔다는 뜻. 즉, 장천공을 의미한다)


 근데 응급외과에선 free air가 아닌 것 같다며 장천공은 아닌데 CT가 이상하다고 했다. 의사 4명이 남편의 CT를 보며 이상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피검사상엔 다른 수치는 다 괜찮은데 LDH 824, 요산수치 17, 염증수치 3.0 이렇게 나왔다. 내 짧은 지식으로 봐도 피검사도 이상했다. 왜 LDH가 이렇게 높지? 이렇게 높을 수도 있는 건가? 싶었다.


 일단 응급외과에선 소화기내과에서 진료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였다. 전공의 파업으로 밤에는 연락을 할 수 없고 아침까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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