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7-2024.11.17
퇴원하는 날. 교수님께선 아침회진에서 경과가 좋다며 오늘 퇴원하자 하셨다. 우린 갑작스러운 퇴원결정에 피난민처럼 짐을 싸서 병원을 나왔다.
응급실 내원할 때만 해도 한 달가량 병원에 있을 줄 꿈에도 몰랐는데 25일 만에 퇴원이라니! 감격스러우면서도 집에 가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였다.
남편은 중식을 먹고 싶다 하여 집 도착 전에 하마짬뽕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 야무지게 먹었다. 그래 이맛이지, 25일간의 금욕생활은 이제 안녕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이랑 퐁이를 보러 남편과 함께 시댁으로 향했다. 시댁은 바로 옆라인이라 걸어서 3분 정도 걸린다. 재이와 퐁이는 여전히 귀여웠다.
나는 남편 케어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며 재이를 계속 맡아달라고 말했다. 어머님은 처음엔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알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퐁이만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사실 막막했다. 내가 남편을 잘 돌볼 수 있을까.. 나는 요리도 못하는데 삼시세끼 어떻게 차리지.. 요리는 남편 몫이었는데..
퇴원 다음날 아침 고구마와 닭가슴살, 우유를 아침에 먹였더니 남편은 시위라도 하듯 저혈당이 왔다. 난 바보다. 암환자에게 다이어트식을 먹이다니.. 이후부터 나는 유튜브를 보며 삼시 세끼를 열심히 차렸다.
요리도 설거지도 시간이 지나니 내공도 쌓이고 제법 빨라지는 것 같다.
외래 진료 날. 교수님은 다음 주 월요일 입원하자 하셨다. 이렇게 빨리? 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 달에 한번 항암 스케줄상 다음주가 맞았다.
슬프다. 집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또 입원이라니! 이번에도 3주 정도 입원예상해야 한다 하셨다. 잘 해낼 수 있겠지?
남편은 집에 오고 나서 눈에 띄게 컨디션이 좋아졌다. 아침마다 재이를 보러 가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뒷산에서 퐁이산책 겸 걷기 운동을 했다. 그리고 재이 하원시간 맞춰서 데리러 가면 하루일과 끝이었다.
이런 일상을 반복하니 남편의 사라졌던 근육들도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근육이 좀 생기니 남편 컨디션도 좋아진 듯하다.
우리는 결혼하고 5년 중에 3년은 24시간 붙어있었던 것 같다. 남편의 이직, 공부 같은 이슈로 인해.
난 그때도 이렇게 붙어있을 수 있는 부부가 어디 있냐며 우리는 행복한 거라고 남편한테 세뇌시키듯 말했었는데 우린 지금도 찹쌀떡처럼 붙어있는 거 보면 우린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인가 보다.
짧았던 방학도 끝이구나. 이번 학기도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