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oposphamide, vincristine, ADmycin 투여
오늘부터는 cycloposphamide란 항암제를 하루 두 번 사흘동안 투여한다고 한다. 이 항암제는 맞을 땐 괜찮은데 맞고 나서 11일째부터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오후 2시부터 시작. 다행히 맞는 동안 통증을 호소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cycloposphamide 맞은 지 이틀째부턴 계속 흘리던 식은땀도 사라졌다.
근데 저녁에 자는데 갑자기 ‘내가 이걸 왜 맞고 있지?’ 이런 소릴하고 낮에는 말할 때 끝을 흘리는 듯하게 말하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항암부작용인가? 림프종이 뇌 쪽에 침범한 건가? 싶어 교수님께 여쭤보니 일시적인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뇌 MRI를 찍어보자 하셨다. 다행히 MRI는 정상. 그 이후로 헛소리증상은 없었다.
항암 3일 차 남편은 눈에 띄게 컨디션이 좋아졌다. 계속 흘리던 식은땀이 사라지니 의식도 명료하고 산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신장수치가 점점 떨어졌다 신기능을 보는 수치 BUN/Creatinine 이 점점 올라가서 교수님께선 오늘 쇄골밑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내일 신기능이 더 떨어지면 응급투석을 하자고 하셨다.
치료를 받을 땐 의료진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그 판단을 믿고 따라야 하는데 그때 나는 남편몸에 더 이상 뭔가를 하는 게 싫고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데 이겨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내일까지만 지켜보고 카테터를 삽입하겠다 하였다.
교수님께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고 이뇨제를 투여하며 신기능이 회복되길 기다려보기로 했다.
신기능을 확인하려면 수액이 들어가고 소변이 나가는 양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해서 소변줄 꽂는 걸 권유했지만 남편은 직접 받아서 적겠다고 했다.
이뇨제를 투여해서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때문에 좀 귀찮을 수 있지만 소변줄 자체가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어서 안 하기로 했다. 덕분에 남편은 며칠간 하루 20회 이상 소변을 봤다. 잠도 푹 자지 못하고 그렇게 화장실을 가는데도 남편의 의지는 확고했다.
다행히 우리 남편은 또 이겨냈다. 신기능도 정상으로 내려가고 다른 수치들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응급실에서 800대까지 올랐던 LDH 수치도 정상!(나중에 알고 보니 LDH는 림프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높을수록 예후가 안 좋음.)
면역력은 점점 떨어지긴 했는데 이 시기에 하필이면 내가 감기에 걸려서 밤에 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자며 내가 지나간 자리는 꼭 소독스프레이로 소독했다.
덕분인지 우리 남편은 호중구 수치가 20까지 내려갔는데도 내 감기바이러스도 이겨냈다.
(호중구 수치는 면역력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1500개 이상이 정상이다.)
교수님은 항상 우리 남편을 볼 때마다 사람이 극적이라고 한다. 처음에 응급실에 왔을 때만 해도, 소화기내과 입원했을 때만 해도 영상검사결과가 너무 안 좋아 다들 남편이 죽을 수도 있단 말만 했다. 하지만 우리 남편은 몇 번의 고비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왠지 느낌이 좋다. 남편이 쟁취한 제2의 인생과 함께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기대된다. 응급실 내원 해서부터 25일 만에 우린 드디어 퇴원한다. 두 발로 당당히!